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듣고보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외규장각의궤
  • 등록일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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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규장각의궤

 [듣고보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외규장각의궤



<자막>

조선왕조의궤 

의궤라는 책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의궤(儀軌)는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왕실과 국가의 주요 행사를 개최한 후에 그 전 과정을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준비과정부터 의례 하나하나까지 자세히 기록된 의궤는 후대 사람들이 예법에 맞게 그리고 시행착오 없이 원활하게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모범적인 전례를 세우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의궤에 기록된 행사는 왕실 구성원의 출생, 책봉, 혼례, 장례와 같은 통과의례 그리고 잔치, 제사, 기록물 편찬, 왕의 초상화인 어진 제작, 성곽이나 궁궐 건축, 무기나 악기 제작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의궤에는 행사의 준비와 진행 과정, 의례의 절차와 내용, 들어간 소요 경비, 참가 인원, 물품을 만든 공장들, 포상 내역 등이 매우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국정 운영의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글자로만 기록된 일반 책과는 달리 필요한 경우 행사의 리허설로 그린 반차도, 제작한 물품의 도설 등과 같은 그림도 실었습니다. 


 이처럼 의궤는 조선왕조의 기록문화를 반영한, 즉 예를 기본으로 다스리고자 하는 조선의 통치 철학을 담고 있는 중요한 역사자료이기도 합니다.


 의궤는 여러 부를 만들었습니다. 왕이 보는 어람용과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관청과 실록을 보관하는 지방의 사고 등에 보관하는 분상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보통 의궤의 종류에 따라서 다섯 부에서 아홉 부 정도 제작했습니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외규장각 의궤는 대부분 왕이 보던 어람 의궤였습니다. 고급 종이인 초주지에 붉은 안료로 줄을 그은 다음 해서체로 정성껏 내용을 썼습니다. 반차도나 도설 등은 최고의 화원이 고급 안료를 사용해 곱게 그림을 그리고 채색했습니다. 표지는 고급 비단과 놋쇠물림으로 장정하여 예술적 품격도 매우 높습니다. 즉, 어람용으로 제작된 외규장각 의궤는 조선시대 당대 최고의 도서 제작 수준과 예술적 품격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단 한 권만 남아 있는 유일본이 30책 포함되어 그 자료적 가치도 매우 큽니다.


 그런데 그야말로 조선왕실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외규장각 의궤가 100년이 넘게 외국에서 수난을 겪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외규장각 의궤는 다른 왕실의 보물들과 함께 원래는 창덕궁 궁궐 내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정조 6년인 1782년 강화도 외규장각으로 옮겨오게 되었던 것이죠. 이는 전통적으로 강화도가 국방상 요충지이자 안전한 곳이라 여겼기 때문에 중요한 기록물들을 보관하기 위해 옮겼던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866년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를 침략하는 병인양요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때 외규장각에 있던 대부분의 보물들이 불타버렸고 그 중 외규장각 의궤를 비롯한 340건의 서적과 왕실자료들이 프랑스군에게 약탈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이관된 외규장각 의궤는 100년이 넘도록 아무도 모르게 과거 속에 묻혀 있었죠. 그러다가 1975년 고(故) 박병선 박사에 의해 그 존재가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던 고(故) 박병선 박사는 외규장각 의궤 실물을 확인하고 목록을 만들어 공개했습니다.


 그로부터 정부와 여러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반환 운동이 진행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1993년에 한 권이 2011년 296권이 국내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모두 297권의 외규장각 의궤가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145년 만에 이루어진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은 국민 모두의 염원과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루어낸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엄정한 기록정신으로 정리한 조선시대 여러 행사들의 세세한 이야기, 거기에 예술적 품격까지 더한 책. 그리고 145년의 수난 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실의 보물.

 외규장각 의궤에 담긴 더 많은 이야기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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