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화각 함

화각華角 기법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선의 독창적인 장식 방법입니다. 소의 뿔을 펼쳐 얇게 깎아낸 각지角紙 뒷면에 그림을 그리고, 이를 목가구 등의 기물 표면에 부착하는 것입니다. 원래 바다거북의 등딱지인 대모玳瑁 뒷면에 색을 칠하여 장식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모는 열대지방에서 수입하는 값비싼 재료였기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소뿔을 반투명하게 가공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소뿔의 크기에는 제한이 있어 각지는 작은 크기로 제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작은 물건에도 수십 장의 각지가 사용되었습니다. 각지에 적색, 황색, 녹색 등의 안료로 그림을 그렸기에 화려한 장식성이 돋보입니다. 주로 안방가구와 빗 등의 여성용품에 화각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함을 장식한 화각에는 상상력 가득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용, 호랑이, 해태, 코끼리 등의 환상적 동물들을 비롯해 동자와 모란 등 복을 부르는 상징물들이 각지 한 장 한 장에 따로 그려져 조합되었습니다. 바탕을 칠한 붉은색은 잡귀를 쫓고 공간을 화사하게 꾸며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안온한 삶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이 화각함에 담아 소중히 다루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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