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청녕 4년명 동종 – 새로운 종의 발견 : 이용진

청녕 4년명 동종, 고려 1058년, 높이 85.4㎝, 지름 54.3㎝, 보물, 신수1755

청녕 4년명 동종, 고려 1058년, 높이 85.4㎝, 지름 54.3㎝, 보물, 신수1755

새로운 종의 발견

높이 85.4㎝의 청녕(淸寧) 4년명 동종은 고려시대 전기에 만들어진 중형 종으로, 1969년 4월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 상품리에서 마을 주민이 우연히 발견하였습니다. 고려시대 전기에 만들어진 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 종의 발견은 그 시대 동종의 새로운 모습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발견이었습니다.

고려 전기 동종 양식의 정착

이 종의 용뉴와 음통, 상대(上帶)와 하대(下帶), 연곽(蓮廓, 연뢰를 싸고 있는 사각형의 틀)과 연뢰(蓮蕾, 연꽃 봉오리 모양의 돌출된 장식), 당좌(撞座)와 보살상 등은 통일신라 범종의 양식적 특징을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고려시대만의 특징이 나타납니다. 먼저 용뉴를 보면, 용의 머리가 천판(天板)에서 떨어져 정면을 바라보고 입에는 보주를 물고 있습니다. 용이 머리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고 입에 보주를 물고 있는 것은 1010년에 만든 통화(統和) 28년명 천흥사 동종에 가장 먼저 나타나는데, 이러한 양식적 특징이 청녕 4년명 동종에서 정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용의 목은 S자로 굴곡을 이루고 갈기와 비늘까지 묘사되었습니다. 다리 앞에서 뿔처럼 길게 뻗어 나온 갈기가 음통에 부착된 것은 새로운 모습입니다. 가늘고 긴 음통에 연주문으로 단을 나누고, 연꽃당초무늬를 얕게 표현하였습니다.
천판 가장자리에는 꽃무늬 잔식을 살짝 도드라지게 표현했는데, 이와 같은 장식을 입상화문(笠狀花文)이라고 부릅니다. 이 종에서 처음 나타나는 장식 요소입니다. 그 아래 종 몸체에서 상단의 띠를 가리키는 상대에는 연이어진 구슬 모양의 연주문(連珠文) 틀 안에 모란당초무늬를 표현했고, 상대 아래에는 네 군데에 연곽을 만들고, 그 안에 9개의 연뢰를 배치하였습니다. 연곽의 테두리는 연주문으로 틀을 만들고 그 안쪽에 모란당초무늬를 표현하였고, 연곽 안에는 9개의 연뢰를 배치하였습니다. 연곽 아래에는 구름 위에 앉아 있는 불상과 보살상 4구를 교대로 배치하였는데, 통일신라 종의 비천상이 고려시대에는 불보살상으로 대체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종의 몸체 하단에는 종을 치는 자리인 당좌가 있습니다. 당좌가 4개로 늘어난 것은 고려 중기 범종의 특징으로 이 종에서 처음 보입니다. 몸체 하단에 둘러진 띠인 하대는 상대와 같이 연주문으로 문양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모란당초무늬를 표현했습니다. 하대 위에는 위패형 문양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명문을 새겼습니다. 위패형 문양 틀은 통화 28년명 천흥사 종에 처음 나타나며, 이 종에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고려 후기 ‘입상화문대’의 시원

이 종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상대 위 천판 외연부에 나타나는 입상화문 장식입니다. 입상화문 장식은 고려시대 전기와 후기 종을 구분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로 시원 양식이 청녕 4년명 동종에 나타납니다. 입상화문 장식 이전에는 종의 천판 가장자리에 이른바 견대(肩帶) 장식이 새겨졌는데, 이것은 성덕대왕신종에 처음 표현되었습니다. 이후 고려시대 동종에서는 점차 사라지며 새로운 장식 요소인 입상화문이 나타나는데, 이 종에 처음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명문

하대 위에 맞붙여서 만든 위패형 틀 안에는 다음과 같은 명문이 새겨져 있습니다. 명문은 종에 관한 정보를 주는 가장 중요한 단서입니다.

特爲聖壽天長之願鑄成金鍾一口重一百五十斤淸寧四年戊戌五月日記’

특별히 임금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여, 금종(金鍾) 1개를 주조하여 만들었다.
무게는 150근이다. 청녕(淸寧) 4년(1058년, 문종 12) 무술년(戊戌年) 5월일에 쓴다.

명문에 따르면, 이 종은 당시 국왕인 고려 문종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무게 150근의 재료를 들여 청녕 4년인 1058년 5월에 만들었습니다. 명문에 나오는 성수천장(聖壽天長)은 국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문구로, 불교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이 종을 비롯해 1086년에 제작한 태안(泰安) 2년 장생사(長生寺)명 동종에도 나타납니다. 비록 이 종이 봉안되었던 사찰과 전각의 이름은 명문에 없지만, 종을 만든 직접적인 이유가 국왕의 만수무강 기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종은 무게 150근의 동종으로 11세기 중반 중종(中鐘)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청녕 4년명 동종은 통일신라 동종이 고려시대 동종으로 이행하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종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양식적으로는 고려시대 후기 동종의 특징인 입상화문의 시원적인 종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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