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사람 형태의 막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로프노르[羅布泊] 일대에서 청동기시대 문화상을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문화재가 출토되었습니다. 로프노르 일대는 인도-유럽계(Indo-European) 인종이 옮겨 와 살았던 곳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유럽형 코카서스 인종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두개골이 출토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뿐 아니라 누란고성(樓蘭古城) 근방의 샤오허[小河] 묘지에서는 인도-유럽계 유목민들이 실크로드 남로(南路)에 거주하면서 남긴 문화재가 다량 출토되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람 형태의 막대[人形木杖具]도 그 중 하나입니다.

사람 형태의 막대, 로프노르, 기원전 17~15세기, 나무 등, 길이 60.5cm, 너비 5.6cm, 본관 4041

사람 형태의 막대, 로프노르, 기원전 17~15세기, 나무 등, 길이 60.5cm, 너비 5.6cm, 본관 4041

사람 형태의 막대 살펴보기

샤오허 묘지 출토 사람 형태의 막대는 길이가 60.5cm, 너비가 5.6cm입니다. 근래의 발굴 조사 결과 샤오허 묘지 M24에서 동일한 형태의 문화재가 출토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 문화재를 ‘얼굴을 새겨 넣은 막대[嵌人面的木仗]’라고 부릅니다. 샤오허 묘지에서 발굴된 문화재는 신장문물고고연구소와 신장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 형태의 막대는 상중하 3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단에는 세로로 긴 홈 안에 사람 얼굴 모양의 조각을 새겨 넣었고, 그 주위를 붉은색 털실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사람 얼굴 모양 조각은 상하로 긴 형태인데, X-선 형광분석[XRF] 결과 칼슘(Ca)과 인(P)이 주성분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통해 감입(嵌入)된 부분의 재질은 동물 뼈 또는 상아(象牙)로 추정됩니다.
사람 얼굴 모양의 조각에서 윗부분은 모자[帽冠]를 상징하고 아랫부분은 얼굴을 나타냅니다. 특히 얼굴에서 앞쪽으로 과장되게 튀어나온 코가 주목됩니다. 양쪽 모두 콧대가 높게 돌출되었고 콧날이 오뚝하며 샤오허 묘지에서 출토된 얼굴 조각의 코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고대인들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를 호흡의 유무(有無)로 생각하고, 호흡의 중요 기관인 코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로 여겼습니다. 그들은 호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코를 과장되게 표현하였습니다.

사람 형태의 막대 윗면 사람 형태의 막대 윗면

얼굴 조각 윗면 얼굴 조각 윗면


상단의 홈 안에는 아교(阿膠)를 사용하여 사람 모양의 조각을 붙였습니다. 최근의 과학적 연구 조사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 샤오허 지역 사람들은 소의 뼈와 살, 힘줄을 끓여 아교를 만들어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사람 형태의 막대에 사용된 동물성 아교는 중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예로 평가됩니다.

중단과 하단 부분은 아래로 갈수록 끝을 뾰족하게 만들었습니다. 중단은 안쪽에 두 개의 직사각형 뼈 장식, 마황(麻黃)의 잔가지, 짙은 갈색 털이 있고, 그 위를 황색 끈과 갈색 끈으로 연이어 감았습니다. 하단의 끝이 뾰족한 이유는 어딘가 꽂을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샤오허 묘지 M24에서 묘지 주인공의 얼굴과 발 근처에 사람 형태의 막대가 1점씩 꽂혀 있었던 사례가 확인됩니다.

사람 형태의 막대는 무엇일까?

사람 형태의 막대는 고대 주술사의 중요한 무구(巫具)로 보입니다. 사람 형태의 막대를 만들 때 사용된 두 가지 재질인 마황과 뼈는 고대인들의 믿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먼저 마황은 예부터 의식을 행할 때 영혼의 불멸성, 생명력과 관련 있는 재질로 여겨져 왔습니다. 또한 동서양에서 전통적인 약재로도 효험이 있어 코 막힘 완화, 기도(氣道) 확장 등 인간의 신체 작용과 관련된 약으로 복용되었습니다. 이처럼 마황이 신체적인 차원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면 뼈는 정신적인 차원에서 영험한 재질입니다.

사람 형태의 막대 상단 윗면 사람 형태의 막대 상단 윗면

사람 형태의 막대 상단 뒷면 사람 형태의 막대 상단 뒷면


고대 사회에서 뼈는 신비하고 특별하며 영성(靈性) 있는 물질로 여겨져 왔습니다. 민족학 조사에 따르면 북방 민족에게 동물의 뼈로 장식물이나 신상을 만드는 것은 일반적이었고, 또한 뼈 속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북방 민족은 제사 때나 사냥 중에 고기를 먹은 후 뼈를 경치 좋은 곳에 두거나 묻었고, 뼈를 이용해 장식품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면 나쁜 기운을 막을 수 있는, 즉 벽사(辟邪)의 기능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사람 형태의 막대는 주술사의 강력한 힘을 보여 주는 상징물로 생각됩니다.
샤오허 묘지 출토 사람 형태의 막대는 실크로드 남단에 정착한 유목민이 남긴, 인도-유럽인 계통의 유목문화라는 점에서 로프노르의 선사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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