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청자 상감 국화·모란무늬 참외 모양 병 :김민송

청자 상감 국화·모란무늬 참외 모양 병, 고려 13세기, 높이 29.4㎝, 덕수20, 국보

청자 상감 국화·모란무늬 참외 모양 병, 고려 13세기,
높이 29.4㎝, 덕수20, 국보

고려 13세기에 만들어진 단정한 형태와 상감 기법의 절제된 화려함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병입니다. 고려의 도읍인 개성 부근에서 출토된 이 병은 오늘날 국보로 지정되어 전하고 있습니다. 인종 장릉(長陵)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는 <청자 참외 모양 병>(본관4254, 국보)과 형태가 유사하여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 병은 용도와 모양, 무늬의 표현과 제작 기법 등에서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참외를 본떠 만든 병

어떤 대상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청자를 ‘상형(象形)청자’라고 합니다. 고려시대에는 이처럼 특정 동식물 등의 형태를 본뜬 청자를 제작했고 다수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병의 몸체는 마치 참외를 똑 따서 가져다 놓은 것처럼 탐스럽습니다. 이러한 병을 참외 모양 병(과형병, 瓜形甁)이라고 하는데, 나팔처럼 벌어진 입에 긴 목, 골이 파이고 양감이 있는 참외와 닮은 몸, 주름이 있는 사다리꼴의 안정적인 굽이 결합된 조형적 특징을 보여줍니다. 과(瓜)는 오이, 참외 등을 의미하는 한자지만 작품의 조형성을 볼 때 참외를 형상화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병은 금대(金代) 벽화 속에 꽃이 꽂혀 있는 것이 보여 화병(花甁)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고려불화에서 정병 대신 과형병 형태의 기물에 버드나무를 꽂아 놓은 모습도 보여 과형병은 화병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고려청자 과형병 제작의 원류인 중국산 수입 백자들은 주로 11세기 후반에서 12세기 전반에 들어왔습니다. 태토(바탕흙)는 흰색을 띠면서 유약은 얇고 투명한 푸른빛을 띠고 있어 품질이 매우 좋은 백자였습니다. 주로 귀족 계층이 사용하던 수입 고급 백자들은 대부분 개성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장시성[江西省] 경덕진(景德鎭) 가마에서 만들어진 수입 백자들은 고려청자 과형병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고려청자 과형병은 중국에서 들어온 경덕진가마 과형병을 그대로 차용하는 단계를 넘어서 세장한 조형미 등 고려청자만의 미감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 형태를 발전시킨 것입니다.

청자 상감 국화·모란무늬 참외 모양 병, 고려 13세기, 높이 29.4㎝, 덕수20, 국보청자 상감 국화·모란무늬 참외 모양 병, 고려 13세기, 높이 29.4㎝, 덕수20, 국보

청백자 참외 모양 병, 북송, 경덕진요, 높이 17.9㎝, 덕수2347청백자 참외 모양 병, 북송, 경덕진요, 높이 17.9㎝, 덕수2347

상감과 역상감의 조화

인종 장릉 출토로 전하는 <청자 참외 모양 병>(본관4254, 국보)이 12세기 비색(翡色)청자를 대표한다면, 이 작품은 13세기 고려 상감청자 과형병을 대표합니다. 목의 중간 부분에 백상감으로 선을 두 줄 둘렀는데, 이는 인종 장릉 출토 <청자 참외 모양 병>의 목에 있는 세 줄의 음각선을 상감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따라서 정형화된 과형병의 표현이 전해 내려온 것으로 보이며, 기법에 따라 표현 방법이 달라진 경향을 알 수 있습니다. 어깨에는 백상감으로 여의두무늬를 둘렀고, 참외의 골 구획에는 국화와 모란을 절지(折枝)형태로 번갈아 상감했습니다.
관상식물 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국화는 서리를 견디는 꽃으로서 아취와 절개를 상징하며 길상의 징조로 여겨졌습니다. 고려 13세기 상감청자에는 국화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국화를 좋아했던 고려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모란은 화중왕(花中王)으로 불리며 부귀 등 길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모란은 꽃잎이 풍성해 그림으로 표현하기에 좋고 화려한 장식 효과를 드러낼 수 있어 고려청자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습니다. 이처럼 고려인들이 특별히 좋아했던 두 식물 소재가 흑백의 상감으로 병의 면을 단정하게 채웠습니다.

참외 모양 병의 국화와 모란 무늬보참외 모양 병의 국화와 모란 무늬

참외 모양 병의 역상감 기법참외 모양 병의 역상감 기법

병의 하단에는 연판(蓮瓣)무늬를 상감하고 여백을 깎아낸 뒤 백토를 채워 넣음으로써 역상감(易象嵌) 기법을 부분적으로 사용했습니다. 기존 상감 기법에서 기술적으로 진보한 역상감 기법은 화려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식 기법입니다. 역상감 기법의 청자는 당시 최고급 청자를 만들던 강진 사당리와 부안 유천리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가장 앞선 편년 유적은 원덕태후(元德太后) 곤릉(坤陵, 1239년)에서 출토된 청자로 13세기 중반 청자 제작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참외 모양 병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2022년 이 작품을 대상으로 컴퓨터 단층 촬영(CT) 등 과학적 조사와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CT 촬영은 엑스선을 연속 투과하며 대상을 회전시켜 외부, 단면, 내부 정보를 포함한 3차원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CT 촬영을 통해 그동안 맨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웠던 정보를 얻어 참외 모양 병의 내부 구조와 제작 기법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어 붙인 자국이 보이지 않고 기공이 없어 한 번에 흙을 끌어 올려 병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촬영 단면을 보면 겉면에는 굴곡이 있지만 안쪽 면은 원형으로 되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물레를 돌려 전체 형태를 만든 뒤 겉면을 깎아 참외 모양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처럼 과학적 조사를 통해 제작 기법의 비밀이 밝혀진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CT 촬영한 참외 모양 병의 단면

CT 촬영한 참외 모양 병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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