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카이도의 53개 이야기(東海道五十三對)』는 도쿄와 교토를 포함하여 두 도시를 잇는 도로 도카이도(東海道) 의 53개 역참을 담은 총 5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판화집입니다. 도카이도의 각 역참이 위치한 지역에 얽힌 전설이나 사적, 고사故事, 유명한 사건, 명물 등을 그리고, 화면 위에 그림에 대한 설명을 적었습니다. 19세기 우키요에 판화가로 가장 인기 있었던 우타가와파(歌川派)의 대표적인 세 인물 우타가와 구니사다(歌川國貞, 1786~1865), 우타가와 히로시게, 우타가와 구니요시(歌川國芳,1798~1861)가 공동 제작했습니다.
아카사카는 도카이도의 36번째 역참으로, 오늘날의 아이치현(愛知縣) 도요카와시(豐川市)에 위치합니다. 이 장면은 헤이안 시대 강력한 귀족 가문인 후지와라(藤原) 가문의 일원으로 정치적 갈등 속에 살았던 후지와라노 모로나가(藤原師長, 1138~1192)가 무사 출신으로 당시 권력을 장악한 헤이케(平家) 가문의 수장이었던 다이라노 기요모리(平淸盛, 1118~1181)에 의해 오와리(尾張)로 유배 당했을 때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느 가을날, 모로나가는 아카사카 지역의 미야지야마(宮路山)를 방문해 단풍을 바라보며 비파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여인이 나타나 비파 소리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그 여인을 이상하게 여긴 모로나가는 그가 귀신의 화신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저는 이 산속 물의 신입니다. 당신의 비파 연주가 너무 아름다워 저도 함께 노래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연의 신이 모로나가에게 나타나 그의 연주를 칭찬한 이 이야기는, 후지와라 가문의 안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그와 정치적 라이벌 관계에 있던 헤이케 정권의 몰락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이야기는 역사적 사건과 신화적 요소가 결합된 것으로, 에도 시대 문학과 예술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도카이도의 53개 이야기 | 아카사카: 미야지야마의 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