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출신의 근대 일본화가 가와무라 만슈의 산수화입니다. 만슈는 교토의 중심 화파 중 하나인 마루야마시조파(圓山四條派)를 계승한 야마모토 슌쿄(山元春擧, 1871~1933)를 스승으로 삼았습니다. 슌쿄가 작품에서 장대한 구도와 극도의 세부 표현을 대비시켜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만슈는 스승과는 달리 안정된 구도 속에 섬세한 필치로 차분한 감성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이 그림은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든 산속 호수에 비가 내리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늦은 가을부터 초겨울에 걸쳐 내리는 비를 ‘시구레(時雨)’라고 합니다. 작품에서는 호분으로 짧은 사선을 불규칙하게 그어 시구레를 속도감 있게 표현하였습니다. 시구레와 함께 안개는 화면의 정면에 보이는 섬의 배경이 되는 한편, 산기슭과 먼 산을 이어주며 차분하게 가라앉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화면의 중앙에는 단풍의 주황색과 노란색, 그리고 소나무와 삼나무의 푸른색이 대비되면서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대비는 근경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잔물결이 이는 호수의 수면을 차고 날아오르는 세 마리의 가마우지는 변형된 부벽준斧劈皴으로 덩어리감과 거친 질감이 표현된 바위와 대조를 이룹니다. 이러한 대비가 화면 곳곳에서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사계절 변화 속 다양한 표정을 포착하고 이를 묘사하려 한 작가의 의도를 잘 드러냅니다. 1938년 가을 문전文展에 출품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