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물보라가 흩날리는 물 위로 솟아오른 바위에 털실로 짠 자리를 마련하여 십이천을 모신 열두 폭 그림입니다. 십이천은 여덟 방위와 하늘, 땅 그리고 낮과 밤의 시간과 공간을 지키는 신입니다. 이 불화는 원래 관정灌頂 의식에 사용하려고 만든 병풍이었습니다. 관정이란 밀교에서 스승이 제자의 머리에 물을 붓고 여러 계율과 자격을 이어 나가게 하는 의식입니다. 지금은 액자로 되어 있지만, 근대 이전까지 일본 교토 쇼렌인(靑蓮院)에 족자로 전해졌습니다. 족자를 보관하던 나무 상자에는 덴쇼(天正) 20년(1592) 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고, 그중 이사나천(동북쪽 하늘), 화천(동남쪽 하늘), 비사문천(북쪽 하늘), 풍천(서북쪽 하늘), 수천(서쪽 하늘)의 뒷면에는 에이로쿠(永禄) 8년(1565)에 수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색을 짙게 칠했을 뿐만 아니라 붓 선이 명확하고 사물을 분명하게 묘사하여 가마쿠라 시대 후기 불화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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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