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다섯 번째 왕인 염라왕에서 비롯된 현왕 그림이다. ‘현왕’은 염라대왕이 미래에 ‘보현왕여래’라는 부처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열 명으로 구성된 시왕이 죽은 자를 삼년에 걸쳐 심판하는 것과 달리 현왕은 죽은 후 삼일 째 되는 날 영혼을 구제해 정토왕생을 돕는 존재로 신앙되었다.
현왕에 기도하는 의식인 ‘현왕재’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행해진 예가 없고 조선 16세기의 사찰 의식집에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그림으로는 18~19세기의 것이 많이 남아 있다.
그림의 가운데에는 병풍을 등지고 현왕이 앉아 있다. 현왕은 머리에 경책을 얹고 있는데, 조선 후기에 『금강경』을 읽으면 영험이 있다는 신앙이 강조되면서 염라왕과 현왕이 머리에 경책을 얹은 모습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이 현황은 머리에 경책을 얹고 끈으로 묶어 고정했다. 현왕 좌우에는 하급 관리의 모습을 한 판관 〮 손에 두루마리를 든 사자 〮 공양물과 부채를 든 천녀 〮 동자 〮 동녀 등이 서 있다.
이 그림은 기록으로 1798년 함흥 성불사에서 승려들이 부모의 극락왕생을 빌며 조성한 것을 알 수 있다.
망자를 3일 안에 심판하는 현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