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다섯 번째 왕인 염라왕에서 비롯된 현왕 그림이다. ‘현왕’은 염라대왕이 미래에 ‘보현왕여래’라는 부처가 될 것이라는 믿음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열 명으로 구성된 시왕이 죽은 자를 삼년에 걸쳐 심판하는 것과 달리 현왕은 죽은 후 삼일 째 되는 날 영혼을 구제해 정토왕생을 돕는 존재로 신앙되었다.
현왕에 기도하는 의식인 ‘현왕재’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행해진 예가 없고 조선 16세기의 사찰 의식집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림으로는 18~19세기의 것이 많이 남아 있다.
그림의 가운데 호피를 얹은 의자에 현왕이 앉아 있다. 현왕은 머리에 경책을 얹고 있는데, 조선 후기에 『금강경』을 읽으면 영험이 있다는 신앙이 강조되면서 염라왕과 현왕이 머리에 경책을 얹은 모습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현왕 좌우에 제왕의 복장으로 홀을 들고 있는 인물 두 명은 대륜성왕과 전륜성광이다. 탁자 위에는 펼쳐진 책 위에 안경이 놓여 있어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망자를 3일 안에 심판하는 현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