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인 시왕 그림이다. 오른쪽부터 각각 6번째 왕인 변성왕, 7번째 왕인 태산왕, 8번째 왕인 평등왕, 9번째 왕인 도시왕, 10번째 왕인 오도전륜왕을 그렸다. 그림에는 화면 중앙에 지옥의 왕이 앉아 있고 그 앞의 공간에 옥졸에 끌려온 죄인들이 벌을 받는 모습을 그렸다. 시왕은 모두 산수화가 그려진 거대한 칸막이를 등지고,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있다. 등장인물은 중앙의 시왕이 가장 크고 주변의 판관과 옥졸은 조금씩 작아지며, 죄인을 가장 작게 그렸다.
이처럼 지옥의 왕을 한 폭에 한 명씩 묘사하는 형식의 시왕도는 중국 남송의 닝보지역의 그림 공방에서 제작된 작품을 중심으로 오늘날까지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이 그림은 특히 남송의 화가 육신충이 그린 시왕도(일본 나라국립박물관 소장)와 유사한 구성을 보이면서도, 의복에 금으로 그려진 문양과 온화한 색채, 왕의 탁자 덮개에 나타난 문양 등에서 고려 불화의 특징이 엿보인다. 고려 말 동아시아의 회화 교류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지옥을 다스리는 열 명의 왕(제6 〮 7 〮 8 〮 9 〮 10번째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