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와 기러기를 뜻하는 ‘노안蘆雁’은 ‘노후의 평안老安’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노안도는 주로 선물용 그림으로 조선 말기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행했다. 이 그림에서는 둥근 보름달이 비추는 갈대 숲으로 날아오는 두 마리의 기러기와 땅 위에서 이를 바라보는 두 마리의 기러기가 다채로운 동작으로 묘사되어 있다. 먹의 농담 조절을 통해 갈대와 기러기의 머리가 경쾌하게 표현되었고 엷은 먹의 선염으로 아스라이 멀어지는 강가의 몽환적인 공간감도 효과적으로 표현되었다. 화가 안중식은 1882년 영선사領選使의 일행으로 텐진天津을 방문한 이후 상해와 일본 등 여러 차례 해외에서 체류하면 새로운 문물을 경험한 바 있다. 화면의 좌측에 제시題詩와 함께 “한객韓客”으로 자신을 지칭하고 있어 1900년 당시 일본 체류 중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