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는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모습 때문에 예로부터 풍요와 장수, 다산과 부귀를 상징하는 길상적 소재로 자주 그려졌다. 조선시대에는 신사임당을 비롯하여 황집중, 홍수주, 최석환 등 여러 화가가 포도를 잘 그렸다. 이에 따라 포도는 묵매나 묵죽에 뒤지지 않는 문인화의 중요한 소재로 자리 잡았다. 이 작품을 그린 이계호는 조선 후기의 문인화가로 포도 그림으로 높은 명성을 얻었다. 정조 재위 시기에 국가 의례를 관장하는 통례원에서 일하고, 4년간 중국 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여덟 폭이 하나의 커다란 화면을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위에서 뻗어 나온 포도줄기가 화면 중앙으로 휘몰아치며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힘찬 동세가 느껴지는 줄기, 다양한 형태의 포도잎 등 뛰어난 구성과 배치를 보여주며, 풍부한 먹색 변화와 입체감이 돋보이는 능숙한 묵법이 특징적이다.
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