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청동기시대 꾸미개, 신비한 청록빛 옥  : 이진민

꾸미개[裝身具]는 몸을 꾸밀 때 쓰는 물건을 가리키지만,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치장의 용도로만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시대와 집단에 따라 특수한 기능을 하거나 특별한 사회적 상징을 내포하기도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꾸미개는 미적 욕구를 넘어 경제적 지위나 신분을 표출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꾸미개는 먹고사는 생업의 차원을 넘어서 고고학에서 가장 어려운 당시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을 살펴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꾸미개는 언제부터 만들어질까?

몸을 치장하는 데 쓰이는 도구는 후기 구석기시대에 처음 등장합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아직까지 구석기시대 꾸미개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뼈로 만든 예술품이나 꾸미개의 존재가 보고된 적은 있으나, 인간이 의도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육식을 하는 동물에 의한 구멍이나 자국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발굴 자료로 보아 한반도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꾸미개가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석기시대에는 흙, 돌, 뼈, 조개, 옥을 이용하여 목걸이, 가슴걸이, 귀걸이, 팔찌, 발찌 등 다양한 꾸미개를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꾸미개들은 단순히 치장의 의미를 넘어 종족 보호나 상징이 내포되어 있는 호신부(護身符)로 사용되었거나 풍요, 다산 등 주술적 의미를 지녔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옥 꾸미개, 서안 휴암리 유적 등, 신석기시대, 길이 11.7cm(왼쪽), 신수10849 등

옥 꾸미개, 서안 휴암리 유적 등, 신석기시대, 길이 11.7cm(왼쪽), 신수10849 등

청동기시대 꾸미개, 청록빛의 옥

다양한 청록빛의 옥 꾸미개, 대전 괴정동 유적 등, 청동기~초기철기시대, 길이 12.1cm(왼쪽 아래)

다양한 청록빛의 옥 꾸미개, 대전 괴정동 유적 등, 청동기~초기철기시대, 길이 12.1cm(왼쪽 아래)


집단에 따라 다양한 소재로 여러 가지 형태의 꾸미개를 만들던 신석기시대와는 달리 청동기시대에 들어서면 마치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규범이 생긴 것처럼 꾸미개의 소재나 형태, 색에서 획일화된 경향이 나타납니다. 꾸미개는 지배자의 무덤에서 주로 출토되는데 청록빛을 띠는 옥이 사용되었습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무덤 속에 함께 넣은 붉은빛 마연 호, 청록빛 옥은 분명 색과 연결된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잘 만들어진 청동기시대 옥 꾸미개는 이 시기의 대표적인 지배자 무덤인 송국리 돌널무덤 출토품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1974년 발견된 송국리 돌널무덤은 한반도 최초로 무덤 안에서 요령식 동검이 출토되어 주목을 받은 유적입니다. 돌널무덤에서는 요령식 동검, 동착[끌], 석검, 석촉과 더불어 대롱옥 17점, 곱은옥 2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무덤 북동쪽 벽 아래 바닥에서 동검, 화살촉과 포개어져 집중적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피장자가 직접 착용했던 것인지는 명확치 않습니다. 대개 곱은옥은 2점이 쌍으로 발견되어 귀걸이로, 대롱옥은 여러 개를 엮어 만든 목걸이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집단에 따라 여러 형태를 조합하여 목걸이를 만들거나 머리 장식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롱옥과 곱은옥 모두 청록빛을 띠고 있지만 재료는 다릅니다. 대롱옥은 벽옥으로, 곱은옥은 천하석으로 만들었습니다. 형태에 따라 다른 재료를 사용했던 것은 소재 자체가 가지는 특성 때문으로 보입니다. 송국리 유적의 예처럼 청동기시대 꾸미개는 대부분 청록빛을 띠는 천하석과 벽옥으로 만들어졌으며 대롱옥, 곱은옥 외에 둥근옥의 형태를 띱니다.

부여 송국리 유적 일괄 출토품, 청동기시대, 길이 33.4cm(맨 왼쪽), 신수3098 등

부여 송국리 유적 일괄 출토품, 청동기시대, 길이 33.4cm(맨 왼쪽), 신수3098 등

옥 꾸미개의 재료

청동기시대에 꾸미개를 만드는 데 사용된 천하석, 벽옥은 신석기시대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신석기시대에는 연옥이나 석영, 납석, 활석 등 다양한 암석을 활용하여 꾸미개를 만들었습니다. 혹자는 왜 석영, 납석, 활석 등의 재질로 만든 꾸미개를 옥이라고 부르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의 옥은 ‘광물학적으로 각섬석의 일종인 연옥과 알칼리휘석의 일종인 경옥을 총칭하는 것’이지만 고고학적으로 옥이라 불리는 꾸미개의 범주는 상당히 포괄적입니다. 고고학에서는 암석을 가공하여 녹색, 유백색 등 아름다운 빛깔에 광택이 나도록 만든 것들을 총칭하여 옥기라고 부릅니다. 더 넓게는 흙, 유리로 만든 동일한 형태의 장신구에도 옥이라는 명칭을 붙입니다.

청동기시대 옥 공방

고대에 옥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희소성 있는 재료였을 겁니다. 또한 구멍을 뚫는 등 까다로운 작업 때문에 누구나 가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옥을 가공하는 전문가나 그러한 집단이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옥 공방 터에서는 구멍을 뚫다 실패한 제품들이 여럿 발견됩니다. 이러한 청동기시대 옥 제작 과정은 진주 대평리 유적의 발견으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진주 대평리 유적은 1989년 남강 다목적댐 개량사업의 일환으로 수몰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1995년부터 1999년까지 대규모 발굴 조사가 이루어진 유적입니다. 발굴을 통해 청동기시대 대규모 마을 유적이 드러나게 되었으며, 그중에는 옥을 주로 제작한 집자리들도 있었습니다. 이 집자리들에서는 옥 부스러기, 옥 가는데 쓰인 숫돌뿐만 아니라 뾰족한 천공(穿孔) 도구 등이 출토되어 구멍을 뚫을 때 활비비 기술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옥의 제작 방식은 대개 간석기와 유사한데, 원석에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가공하여 1차로 모양을 잡고(고타敲打)-거친 면을 갈아 형태를 잡은 뒤(1차 마연)-끈으로 꿸 수 있게 구멍을 뚫고(천공)-다듬는 마무리 과정(2차 마연)을 거칩니다. 진주 대평리 유적을 비롯하여 현재까지 발견된 옥 공방지는 모두 천하석을 가공하였던 곳입니다. 청동기시대에 많이 활용된 또 다른 꾸미개 재료인 벽옥 공방지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아 제작 방식의 차이를 알기 어렵습니다.

활비비를 이용한 구멍 뚫기(출처: 국립부여박물관, 『부여 송국리』, 2017)

활비비를 이용한 구멍 뚫기(출처: 국립부여박물관, 『부여 송국리』, 2017)

옥 꾸미개가 말해주는 사회 모습

청동기시대는 본격적으로 지배자가 출현하여 일정 지역에 집단을 이루고 위계화가 나타나는 등 사회·정치적으로 한층 성장해가는 시기입니다. 옥 꾸미개는 지배층이 생산과 소유, 분배에 적극 관여하여 통제함으로써 위신재(威信財)로서의 가치를 높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로 당시 유통망, 교환(교역) 체계 등 청동기시대 사회의 새로운 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반도 옥 꾸미개 연구도 최근에 들어와 형태나 소재 분류, 제작 기법을 넘어 사회적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 집단의 성격(농경과 수공업을 겸업한 반전업적 집단), 분업 방식의 생산 가능성, 생산자와 소유자의 분리(특정층이 소유), 시기에 따른 변화(늦은 시기로 갈수록 대롱옥의 출토 양이 많아지고 대형품도 생산), 지엽적인 유통 권역(규격화되지 않은 다양한 크기로 대규모 중심 제작지나 광역적 유통망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 등이 언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자료의 한계로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기초 자료로서 옥 원석 산지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기록에 따르면 충북 단양에 천하석 산지가 있다고 보고되어 있고 최근 탐사를 바탕으로 충북 서산, 경북 포항에 각각 천하석과 벽옥의 산지 가능성이 추정된 바 있습니다만,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되는 옥 꾸미개의 산지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습니다. 진주 대평리와 같이 옥 꾸미개를 활발히 만든 곳에서 원석은 어디서 채취했으며 생산한 옥 꾸미개는 어디까지 유통되었는지 또 옥과 무엇을 교환했는지 연구가 좀 더 이루어진다면 청동기시대 사회를 보다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천하석이나 벽옥제 옥 꾸미개는 초기철기시대 초반까지도 지배자의 무덤에서 발견되어, 지역에 따라 여전히 중요한 위신재로써 기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점차 영롱한 푸른빛을 띠는 유리로 대체되고 기원 전후의 시기가 되면 유리를 포함한 수정, 마노, 호박 등 화려한 빛깔을 지닌 다양한 재질의 꾸미개가 유행하면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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