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이국적인 아름다움, 황남대총 출토 봉수형 유리병 : 황현성

봉수형 유리병은 경주 대릉원에 있는 수많은 고분 가운데서도 규모가 매우 큰 황남대총에서 출토되었습니다. 고분 형태가 마치 표주박 같다고 해서 표형분(瓢形墳)이라고도 하고, 북분(北墳)과 남분(南墳)이 서로 잇닿아 있어 쌍분(雙墳)이라고도 합니다.

 봉수형 유리병, 경주 황남대총, 신라, 높이 25.0㎝, 국보, 황남3321

봉수형 유리병, 경주 황남대총, 신라, 높이 25.0㎝, 국보,
황남3321

보존처리로 되살아난 봉수형 유리병

봉수형 유리병은 황남대총 남분의 수많은 부장품들 사이에서 형태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세 조각으로 나뉜 파란색 손잡이는 순금으로 된 금실로 정성스럽게 감아 견고하게 고정하여 다시 사용하던 상태였습니다. 1984년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부서진 유리 파편의 깨진 단면이나 색상, 그리고 두께 등을 면밀하면서도 세밀하게 분석하여 약 180여 개의 유리 조각을 하나하나 접합한 결과, 매우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봉수형 유리병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황남대총에서 발견된 이국적인 유리 제품들

황남대총은 경주 대릉원의 신라 고분이지만, 이곳에서 봉수형 유리병뿐만 아니라 다른 이국적인 유리제 부장품들도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런 이국적인 부장품들이 과연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알아낼 수만 있다면, 신라와 외부 세력 간의 국제교류 관계를 밝히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이국적인 유리제 그릇은 모두 10점입니다. 이런 유리제 그릇은 한반도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2줄의 물결무늬가 장식된 물결무늬 유리잔[波狀文杯], 굽이 낮은 갈색의 나뭇결무늬 유리잔[木理紋杯], 그리고 원형무늬를 깎아 낸 원형커트 유리잔 들이 이국적인 유리 제품으로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봉수형 유리병의 특징

그중에서도 가장 이국적인 걸작품들은 바로 봉수형 유리병입니다. 입구 부분이 봉황 머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봉수형 유리병이라고 부릅니다. 몸통은 대롱불기 기법으로 계란형이고, 입구는 물을 따르기 쉽게 나팔모양으로 만든 뒤 그 끝부분에 목에 두른 선이나 손잡이 색과 같은 파란색 띠를 둘렀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유리병의 손잡이입니다. 흥미롭게도 손잡이에 순금으로 제작한 금실을 정성스럽게 감았습니다. 유리는 다른 금속이나 석제에 비해 사용하면서 쉽게 파손되는 재질입니다. 따라서 봉수형 유리병도 신라 왕실의 누군가가 사용하다가 부주의로 손잡이가 깨져 세 개의 조각으로 나뉘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게 여겼으면 깨진 유리병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손잡이를 순금으로 만든 금실로 견고하면서도 아름답게 고정하려고 노력했을까요.

신라의 유리 제품들은 어디서 왔을까?

1,500여 년 전 신라는 이국적인 유리그릇의 생산지와 어느 정도 국제적인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신라에서 출토된 유리제 그릇의 수입 경로를 좀 더 살펴본다면, 약간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것입니다. 기원전 600년경 로마제국의 영토였던 이스라엘 예루살렘은 유리 문명의 본고장이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대롱불기 기법으로 유리그릇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유리제 그릇들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포도주 항아리인 ‘오이노코에’ 모양에서 유래된 봉수형 유리병은 4~5세기 사산조 페르시아나 로마, 터키 등에서 만들어져 신라까지 전파되었을 것입니다. 대롱불기 기법이 성행하고 다양한 종류의 유리 용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지중해 연안의 로마제국 영토까지 빠르게 확산되었고, 이때부터 점차 ‘로만글라스’라고 불리게 됩니다. 로만글라스는 유라시아 초원지대 북방 유목민의 영토에서 초원의 길을 따라 동아시아 극동에 위치한 한반도 남쪽 신라에서도 발견됩니다.

봉수형 유리병의 재복원

 1980년대 복원 모습 1980년대 복원 모습

 2015년 재복원 모습  2015년 재복원 모습


이렇듯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봉수형 유리병은 1984년부터 2015년까지 오랜 기간 박물관에 전시되면서 기존 접착제가 심하게 열화(劣化)하여 접합이 매우 불안전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당시 최신 복원제로 각광받던 에폭시 수지를 사용한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심하게 황변되어 더 이상 유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이에 국립중앙박물관은 2015년 봉수형 유리병의 재복원을 진행했고 되살아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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