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NATIONAL MUSEUM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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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신(謝時臣)의 〈여름산수〉와 〈겨울산수〉

명대 화단의 이해

궁정 회화
명대(明代)에는 궁정에 별도의 화원(畫院)을 설립하지는 않았지만 장쑤성[江蘇省]과 저장성[浙江省], 푸젠성[福建省] 출신의 직업 화가들을 불러들여 관직을 부여하고 궁정화가로 활동하게 했습니다. 명대 궁정화가들은 남송(南宋)의 화원 화풍을 계승하면서 궁정의 수요에 응해 독특한 명대 궁정 회화를 형성했습니다. 명대 궁정에서 활약한 대표적인 산수화가로는 이재(李在), 왕악(王諤), 주단(朱端) 등이 있습니다.

직업 화가와 절파
궁정 회화가 번성하는 동안 궁궐 밖에서는 대진(戴進)이 주도한 절파(浙派)가 크게 부상했습니다. 창시자인 대진이 태어난 저장성[浙江省]의 지역 이름을 따라 ‘절파’라고 부릅니다. 대진은 원래 궁정에서 화원 화가로 봉직했는데 선배 화가의 참언(讒言)으로 쫓겨난 뒤 고향으로 돌아와 활동하면서 직업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송의 마원(馬遠)과 하규(夏珪)의 화법을 따르면서도 웅장하고 절제된 구도에 다양한 필법을 구사해, 후대에 그를 따르는 화가들이 많았습니다.

문인 화가와 오파

명대 중기 쑤저우[蘇州] 지역은 자연풍경이 아름다운 데다 경제가 발전하고 문화생활이 활기를 띠면서 문인화가 싹틀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심주(沈周)와 문징명(文徵明)은 오파(吳派)의 대표적인 화가로, 그들이 태어나고 활동한 쑤저우의 옛 지명 ‘오(吳)’를 따라 오파라고 합니다. 오파 화가들은 시(詩)・서(書)・화(畫) 삼절(三絶)의 재능을 지닌 문인들로, 쑤저우 지역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사상과 넉넉한 경제생활을 배경 삼아 회화 창작 활동을 했습니다.

문인이면서 직업 화가로 활동한 사시신

사시신(謝時臣, 1487-1567년 이후)은 자는 사충(思忠), 호는 저선(樗仙)으로 장쑤성 우현[吳縣], 지금의 쑤저우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16세기 명대 중기에 강남(江南)의 도시문화를 배경으로 발전한 쑤저우 화단의 성격을 잘 반영했던 화가입니다.
명대 중기 강남 사회에는 경제 발전과 더불어 그림을 감상하고 소장하는 문인들의 생활문화가 확산되었습니다. 당시 그림을 구입하고 감상하는 주요 소비자는 사대부, 부유한 상인, 대지주, 관리, 승려 등 여러계층의 사람들로 그들은 그림을 구입하고 대가를 지불하면서 화가들을 후원했습니다. 따라서 화가들은 어느 한 화파에 치중해 작품 활동을 하기보다는 수요자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다양한 주제와 화풍을 선택했으며, 이러한 활동으로 문인 화가와 직업 화가의 구별이 점차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사시신은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작품 활동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여러 형식의 화면을 이용해 자유롭고 담백한 필치로 산수 묘사를 잘했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필묵(筆墨)이 탁하고 절파 화가인 대진의 속됨을 계승했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시신은 오파의 산수화 양식과 절파의 산수화 양식을 동시에 섭렵하면서 자유분방한 필치로 독자적인 화풍을 형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시신, 여름산수 사시신, <여름산수> 중국 명(16세기), 비단에 옅은 채색과 먹,
177.0×76.0cm, 구3080

 사시신, 겨울산수 사시신, <겨울산수> 중국 명(16세기), 비단에 옅은 채색과 먹,
177.0×76.0cm, 구3081

시와 함께 감상하는 두 폭의 산수화

중국 산수화는 오랫동안 중국 화단을 주도하며 다양한 필법과 함께 발전했습니다. 명대에 이르러서는 필묵의 미를 강조하는 회화적 표현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사시신의 산수화도 다양한 필법을 구사하며 표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 두 폭의 산수화는 커다란 비단에 옅은 채색과 먹을 사용해 여름과 겨울의 풍경을 그렸습니다. 두 폭은 같은 크기로 <겨울산수>는 화면 오른쪽 위에 관지(款識)가 있고, <여름산수>는 화면 왼쪽 위에 관지가 적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황은 두 폭이 한 벌로 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여름산수>
이 작품은 여름 풍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높은 산 아래 누각에 앉은 인물이 세차게 흐르는 계곡물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또 계곡 아래 노를 젓는 사공과 배를 타고 가는 사람이 보입니다. 피어오르는 구름과 무성한 잎의 나무, 그리고 계곡을 따라 거침없이 흐르는 물결을 표현한 필선(筆線)에서 한여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왼쪽 위에 적힌 시와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樹交花兩色 나무와 꽃이 어울려 두 가지 색으로 나타나고
谿合水重流 계곡물이 합해져 세차게 흐른다.
蘇郡謝時臣寫景 소군(蘇郡)의 사시신이 경물(景物)을 그리다.

<겨울산수>
이 작품은 눈 내리는 겨울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눈 덮인 깊은 산속에 사찰 누각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 바로 아래 산길에는 나귀에 짐을 싣고 누각으로 향해 가는 인물들을 묘사했습니다. 그 아래 커다란 나무 밑에는 나귀를 타고 오가는 인물이 보입니다. 엷은 먹으로 선염(渲染)한 소나무 위에 쌓인 눈과 움츠린 인물들을 표현한 화면에서 추운 겨울날 새벽에 길을 떠나는 시구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오른쪽 위에 적힌 시와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雪凝鳷鵲曉 눈은 새벽 지작루(鳷鵲樓)에 얼어붙었는데
人渡雁門遙 사람들은 아득히 멀리 안문(雁門)을 건너간다.
蘇郡樗仙謝時臣述盛唐詩景 소군(蘇郡)의 저선(樗仙) 사시신이 성당(盛唐)시대에 표현된 시의 정경을 묘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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