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가네샤 - 크메르 미술로 새롭게 태어나다 : 신영호

코끼리 머리에 통통한 몸을 지니고 있는 가네샤는 힌두교도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는 신들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네샤 상, 크메르 10세기 후반, 높이 76.0cm, 구4538

가네샤 상, 크메르 10세기 후반, 높이 76.0cm, 구4538

국립중앙박물관 인도·동남아시아실에 전시된 가네샤 상의 크기는 파손된 다리부분을 제외하고 76cm입니다. 머리에는 보석으로 장식된 관을 쓰고, 주름진 치마형태의 하의(sampot)를 입고 있습니다. 하의는 윗부분을 밖으로 살짝 접어 늘어뜨렸으며, 가운데 부분에 2단으로 구성된 닷 모양의 장식을 늘어뜨렸습니다. 가네샤는 보통 4개의 팔을 지니고 있으며, 각각의 손에는 염주, 막대, 뱀 그리고 부러진 상아어금니 등의 지물을 들고 있습니다. 이 상의 경우는 이미 세 개의 팔과 손이 결손된 상태로 어떤 지물을 들고 있었는지 현재는 알 수 없습니다만, 남아있는 왼쪽 한 개의 손에 연꽃 봉우리를 들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가네샤 조각이 제작된 10세기 후반경은 크메르 조각에서 클레앙(khleang)양식으로 분류되는 시기입니다. 이전에 비해 다소 경직된 느낌을 주지만, 얼굴이 부드러워지고 신체가 더욱 유연해 보이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가네샤에 대한 숭배는 앙코르 이전 시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서 있는 모습과 앉아있는 모습 등 두 가지로 표현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사원의 입구에 배치하였습니다.

가네샤 상은 뛰어난 지성과 지혜를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네샤의 이러한 능력 탓에 힌두교도들이 예배를 할 때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제일 먼저 찾게 되는 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형상은 사원이나 주택의 입구에서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가네샤가 코끼리의 머리를 갖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네샤의 어머니인 파르바티가 목욕을 하면서, 자기의 몸을 비벼서 만든 아들인 가네샤에게 문 앞을 지키라고 지시하면서 욕실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당부를 하였습니다. 이때 시바신이 아내인 파르바티를 만나러 왔으나, 시바신이 자신의 아버지인 줄 모르는 가네샤는 시바신조차 파르바티의 욕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격분한 시바신이 화를 내며 그의 머리를 베어버립니다. 이후 아들의 죽음을 접한 파르바티가 슬퍼하자 시바신은 지나가던 코끼리의 머리를 베어 가네샤의 머리에 붙여주었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가네샤는 모든 장애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힌두교도들은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네샤 신을 찾아가 성공을 기원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네샤는 기복을 바라는 숭배물의 역할보다 더욱 중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힌두교도들이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이끄는 것입니다.

한편 가네샤는 작은 몸집의 쥐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커다란 몸집의 가네샤와 작은 쥐의 대조적인 조합은 장애를 제거할 두 가지 방법을 암시합니다. 즉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짓밟는 코끼리의 모습과 작은 구멍을 통해 장애물을 피하고 동일한 목표를 이루어낼 수 있는 쥐의 모습에서 이러한 조합이 탄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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