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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관 메소포타미아실
전시실 소장품
전시실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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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지금의 이라크가 있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의 비옥한 지대에 자리했다. 기원전 3400~3000년 무렵 최초의 도시들이 탄생하였고, 쐐기문자를 발명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으며, 예술과 건축이 정교한 형태로 발전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이러한 중대한 문화 혁신이 일어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신전이 있었다. 신전은 신을 모시는 성스러운 공간인 동시에 생산물이 모이고 재분배되는 경제 활동의 공간이었다. 복잡해지는 경제생활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한 쐐기문자 점토판과 인장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의 관심사와 세계관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 이 전시에서 소개하는 기원전 3500년대에서 기원전 500년대 사이에 만들어진 전시품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의 창의성과 높은 기술력을 보여준다. 원통형 인장과 장신구, 통치자의 상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관념은 복잡하고 세심하게 발전했다. 금속, 보석용 원석, 원목과 같은 희귀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광범위한 주변 지역과 활발하게 교류하였다.
- 세계문화관 ‘메소포타미아실’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으로 기획하였으며, 2024년 1월 28일까지 운영된다. 이번 전시가 인류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문화적 혁신과 뛰어난 기술, 그리고 그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시 동영상
원통형 인장 찍기 (04:47)
('원통형 인장 찍기' 동영상의 대체텍스트입니다.)
W. 션 오스본,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고대근동미술부 수석 테크니션
안녕하세요, 저는 션 오스본입니다. 저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고대근동미술부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인장을 어떻게 찍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먼저 인장을 찍기에 앞서 이 점토에 사전 작업을 해야 합니다. 사전 작업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먼저 점토를 이런 식으로 치대거나 아니면 밀대로 계속해서 밀어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포장에서 바로 꺼낸 점토는 처음엔 단단하기 때문에 이렇게 치대어 부드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이 점토에 기포가 차 있기도 해서 이 과정을 거치면서 기포를 뺄 수도 있습니다.
점토를 납작하게 밀면서 접을 때 중요한 것은 점토가 접히는 부분에서 바깥쪽으로 밀어 점토에 있던 기포가 빠지도록 해야 합니다. 점토가 일정하게 매끈한 모양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밀어 줍니다. 여기에 아직 갈라진 부분들이 보이죠. 다 작업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어요. 제가 지금 사용하는 이 점토는 기포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네요. 하지만 점토에 기포가 많다면 이렇게 핀으로 점토에 구멍을 내고 그 부분을 몇 차례 더 밀어 줍니다. 하지만 이 점토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겠어요. 그 다음에는 파우더를 조금 뿌려 줍니다. 저는 붓을 이용해서 표면에 고르게 펴 줄 텐데요, 이 파우더는 인장의 조각된 부분에 점토가 끼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는 바닥에 파우더를 뿌려서 점토 작업이 끝났을 때 쉽게 뗄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유리 위에서 하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바닥에 파우더를 뿌리는 것은 해야 하는 과정은 아니에요. 이제는 인장을 꺼내서 찍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점토에 인장을 찍기 전에 먼저 인장을 잘 살피면서 이전에 사용하던 점토가 붙어 있지는 않은지 다른 이물질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만약 이물질이 있다면 이런 작은 붓을 사용해서 털어 줍니다. 이 인장은 아주 깨끗해 보이네요.
인장을 찍을 때에는 손으로 할 때도 있지만 손으로 인장을 굴리다 보면 멈출 때마다 표면이 약간 꿀렁거리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 롤러를 사용합니다. 이건 나무로 만들어졌고 아래에는 실리콘이나 고무를 붙여 만든 롤러입니다. 롤러를 사용하면 고른 힘으로 인장을 굴릴 수 있어요.
이제 점토에 찍힌 그림을 보고 인장에 새겨진 그림이 점토에 얼마나 잘 찍혔는지 살펴봅니다. 자, 이제 점토를 다듬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제는 칼로 점토를 유리판에서 떼어 내겠습니다.
인장 찍기를 완성했습니다!원통형 인장 더 알아보기 (06:07)
('원통형 인장 더 알아보기' 동영상의 대체텍스트입니다.)
옐레나 라킥 박사,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고대근동미술부 큐레이터
제가 지금 들고 있는 것은 원통형 인장입니다. 이 인장은 오늘날의 이라크 지역에 있었던 메소포타미아에서 악카드 왕조 시대인 기원전 2350년쯤에 무렵에 제작되었습니다. 보시다시피 크기가 아주 작죠. 길이가 약 3.5cm 밖에 안 됩니다. 이 인장은 조장석이라는 녹색의 암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조장석은 장석의 일종으로 아주 단단한 암석입니다. 원통의 가운데는 뚫려 있는데요, 이 구멍에 끈을 끼워 옷핀에 매달거나 팔찌, 목걸이의 형태로 차고 다녔을 겁니다.
인장에는 그림과 글씨가 함께 새겨져 있는데요, 그림을 반전시켜 음각으로 새겨 놓았습니다. 그래서 이 인장을 말랑한 점토판에 굴리면 그림이 점토판에 양각으로 나타납니다. 실제로 이 인장을 굴려서 만든 현대의 재현품에서는 인장에 표현된 그림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장을 인조 점토에 굴려 찍은 것입니다. 실제 그림과 쐐기문자가 훨씬 잘 드러나죠.
이 그림 속에는 두 쌍의 ‘결투’ 장면이 등장합니다. 두 쪽 다 힘이 엇비슷한 존재들의 싸움이에요. 한쪽에는 나체의 영웅이 물소와 싸우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영웅은 수염이 길고 머리카락이 여섯 갈래이며, 물소는 넓게 휘어진 뿔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사자가 황소인간과 싸우는 모습이 있습니다. 황소인간은 상상 속 존재로 황소의 다리에 인간의 상반신이 붙어 있으며, 황소의 뿔과 귀가 달려 있습니다.
인장에는 명문이 함께 새겨져 있어서 그 주인을 알 수 있어요. 주인의 이름은 ‘와라수니의 아들, 이쉬리-일룸’입니다. 이 외에도 뿔이 난 동물과 여성도 작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결투 장면은 악카드 시대에 상당히 유행했습니다. 이것은 자연계와 초자연계 사이의 결투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이는데, 이러한 결투에는 승자가 없습니다. 그것은 인생이 그저 이러한 힘들끼리의 싸움일 뿐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듯합니다.
이러한 인장은 악카드 시대에 아주 많이 나타났으며, 주로 국가의 행정 관료들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인장에 명문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다양한 행정 업무를 맡았던 관료 몇몇의 이름을 우리가 알 수 있기도 하죠.
인장은 여러 용도로 쓰였지만 주된 용도는 행정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장은 창고의 출입을 막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창고 문에 잠금장치를 달고 점토 한 덩이를 바른 뒤 인장을 그 위에 굴립니다. 이런 식으로 허가된 사람만 창고에 출입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또 다른 용도로는 글씨를 새긴 점토판에 인장을 찍어서 점토판에 쓴 내용에 틀림이 없음을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인장은 오늘날 우리가 문서에 서명하는 것과 유사한 기능을 했습니다. 물론 인장은 부적과 같이 아주 사적인 기능을 하기도 했죠. 사람들이 인장을 늘 지니고 다녔기 때문에 인장은 주인과 아주 가까운 관계였습니다. 암석은 종류별로 각각 다른 마법의 특성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인장은 우리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해 줍니다.
인장은 재료에서부터 그림, 명문까지 먼 과거를 이해하는 훌륭한 창의 역할을 합니다. 고대의 유물 중에 온전하게 남아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유물의 대부분은 깨진 조각상이나 도기 조각 정도인데, 원통형 인장은 이렇듯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4000년 전에는 어떻게 사용되었고 다루어졌는지를 알 수 있죠.
인장은 다양한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주인이 죽으면 인장도 함께 묻었기에 무덤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당연히 많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인장이 가문에 유산처럼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인장은 값비싼 원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쓰던 인장에 조각도 다시 새기고 명문도 새로 새겨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한 인장을 몇 세기 후에 그렇게 재사용한 사례도 있었습니다.근동부장인터뷰 (09:40)
('근동부장인터뷰' 동영상의 대체텍스트입니다.)
킴 벤젤 박사,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고대근동미술부장
1.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수집품은 어떤 면에서 중요한가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수준 높은 메소포타미아 유물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수집품은 이라크의 박물관이나 루브르박물관에 있는 것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학자들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메소포타미아의 유물을 연구할 기회를 준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교육의 기회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유물은 그것을 만든 사람들과 그 문화, 또 그들이 이룬 성취를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줍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유산은 정말 엄청나죠. 시간상 큰 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끊임없이 혁신을 이루려고 했던 점은 지금 우리 삶의 모습과 비슷하죠. 이곳은 유물을 매개로 바로 그런 과거와 현재가 대화할 수 있는 곳인 셈이에요.
2.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컬렉션은 어떻게 형성되었나요?
수집품 가운데 가장 먼저 들어온 자료는 점토판이었어요. 왜냐하면 19세기에는 성경의 진실성을 찾으려고 유럽과 미국 사람들이 서아시아 지역에 많이 들어갔잖아요. 그 사람들은 점토판에 그런 정보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렇게 점토판으로 유물 수집이 시작되었고, 1930년대 초부터 1960년대까지는 박물관이 여러 지역의 유물 발굴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어요. 그때 모은 수집품이 전체 수집품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합니다. 왜냐하면 그때에는 발굴한 것들을 나눠 갖는 제도가 있었거든요, 대략 1970년대까지 말이죠. 이는 식민주의의 잔재라고 볼 수 있죠. 요즘에도 발굴 작업은 계속하지만 더 이상 발굴품을 나눠 갖지는 않습니다.
수집품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발굴품에 더해 구입도 많이 했어요. 시기마다 유행이 있었지요. 또 많은 분께 기증도 받았습니다. 2000년 이후에는 구입은 좀 뜸해졌고, 지금은 더 이상 구입은 하지 않고 있어요. 물론 박물관의 다른 부서들은 지금도 계속 사지만요. 우리 모두가 쓸 수 있는 시간과 예산, 에너지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저희는 이 주어진 자원을 이미 모은 유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데 쓰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계획하는 전시실 개편도 그렇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작품을 빌려주는 것도 역시 이미 모은 유물로 새로운 이야기를 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3. 메소포타미아 유물을 볼 때 공감 포인트가 무엇인가요?
저는 메소포타미아 문화를 끌어간 밑거름은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고자 했던 노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 스스로 세상과 우주를 탐구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려고 했던 것이죠. 인류는 이 커다란 세계 속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가 알게 된 것을 어떻게 정리하고 어떻게 이해할까 하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어요.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세 계 속 인간의 위치를 개념화할 수 있었던 이들의 능력, 그건 정말 놀라운 거예요. 아주 대단하죠. 사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답을 구하려고 하는 문제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나를 둘러싼 이 세계를 대해서 이해하려고 애쓰지요. 어떤 날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가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들과 수천 년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똑같은 걸 추구하는 거예요.
4.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현대 사회의 밑바탕이 된 부분은 무엇인가요?
답은 ‘거의 모든 면에서’입니다. 결국 독창성 얘기를 또 하게 됩니다. 지식과 질서를 추구하고, 그들이 사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열망….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철저히 관찰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든 것을요. 그들은 관찰할 뿐 아니라 기록도 했지요.
그들이 지닌, 세상과 우주를 이해하고자 하는 집요함과 그 안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찾아 가고자 하는 노력은 엄청난 혁신으로 이어졌습니다. 그중 하나가 문자입니다.
개념화할 줄 아는 능력,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적음으로써 구체화할 줄 아는 능력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능력을 매일 쓸 수 있는 것은 메소포타미아나 다른 문명에서 사람들이 그것을 발명했기 때문이지요.
도시도 말이지요, 그 안에 사람이 산다는 개념 자체도 그렇고, 사람들이 공동의 활동을 하고 분업화된 직업을 갖는다는 개념이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이러한 부분은 놀라운 점이에요. 아주 초기에 기본 바탕을 깐 덕분에 더 복잡한 연구, 탐구, 지적 활동을 하고 지식을 창조할 수 있었던 거예요.
그뿐만 아니라 신화도 남겼고, 이 방에서도 볼 수 있는 이미지로 소통도 했지요. 수학의 발전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예요. 물건의 이동을 기록하고 남은 생산물을 계산하면서 수학뿐만 아니라 문자도 발전했지요.
이 정보들을 어떻게 체계화할까 고민하면서 60진법이 나옵니다. 자기들이 보고 적는 것들을 정리하고 개념화하려고 했고, 그 결과를 한 번의 관찰이 아니라 체계를 갖춘 형태로 남겨서 집단의 기술로 만들려고 했어요. 그 유산을 우리가 보는 겁니다.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 오늘날의 과학이 되었습니다.
관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지식을 만들어 내려고 끊임없이 애쓰고, 그것을 글로 남겨서 다른 사람들이 그 위에 또 지식을 쌓아 올릴 수 있게 하고……. 오늘날까지도 말이지요. 그건 정말 놀라운 유산입니다. 놀라워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요. 그들과 단단히 연결된 기분이 들어서요. 그들은 아주 특별한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탐색했던 점에서……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수집품을 뉴욕을 넘어 한국에 선보일 수 있도록 귀한 기회를 주셔서 국립중앙박물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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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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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관
남쪽 전시공간은 메소포타미아,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 인도•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전시합니다.
*세계도자실(311호) 상설전시는 2022년 11월 13일(일)에 종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