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로도 알 수 있듯이, 고려는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책을 찍어 냈습니다. 그런데 고려는 금속활자가 나오기 전에도 인쇄문화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목판에 새겨서 먹을 칠해 종이에 찍어 낸 이 대장경大藏經이 그 같은 사실을 잘 보여 줍니다. 대장경은 부처님의 말씀을 담은 경장經藏, 교단의 계율을 모은 율장律藏, 고승高僧과 불교 학자들이 남긴 경전에 대한 해설과 주석을 실은 논장論藏으로 구성되며, 불교 경전인 동시에 여러 분야에 걸친 지식을 풍부하게 담아내 ‘중세의 백과사전’이라고도 불립니다. 중세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해 대장경을 만들었는데, 그중에서도 고려의 대장경은 내용이 충실하고 목판의 새김이 섬세해 으뜸으로 꼽힙니다. 1011년(현종 2) 거란군이 개경을 침범하자, 고려 조정은 부처의 힘으로 이를 물리치기 위해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1232년(고종 19)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타 버리고 맙니다. 그러자 당시 집권자였던 최이崔怡는 몽골군을 부처의 힘으로 몰아내기 위해, 1236년(고종 23) 대장도감大藏都監을 설치하고 16년에 걸친 노력 끝에 대장경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 또는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라고 합니다. 현재 합천 해인사에 보관되어 있는 팔만대장경 목판으로 인쇄한 이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은 석가모니의 열반 당시 모습과 가르침을 기록한 경전입니다. 이는 고려 불교의 수준을 알 수 있는 자료인 동시에, 고려의 인쇄문화가 당시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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