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버들 갈대무늬 매병
고려청자는 고려시대 공예를 대표하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끼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고려시대에도 백자는 있었습니다. 고려시대 초기에 만든 벽돌가마[塼築窯]에서 백자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후 대표적인 청자 생산지인 부안이나 강진 등의 가마터에서도 백자가 발견되었습니다. 고려시대의 각종 백자는 청자의 형태나 문양을 본떠 만들었으며, 상감청자가 유행했던 시기에는 상감청자의 영향을 받은 백자도 제작되었습니다. 이 백자매병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몸체를 참외모양으로 여섯 등분하여 골을 만들고, 각 면마다 마름모모양으로 상감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청자 태토로 면상감面象嵌 하였습니다. 여기에 모란, 갈대, 버드나무 등을 흑백상감해서 넣었습니다. 청자 태토로 상감하여 고려청자와 백자를 하나의 그릇에 응용한 것입니다. 백자에 청자 태토를 상감해 넣고 다시 그 안에 상감하여 무늬를 나타낸 것은 백자와 청자를 능숙하게 만들었던 중국에서도 잘 볼 수 없습니다. 굽는 과정에서 병의 아래쪽이 약간 주저앉아 찌그러졌지만, 광택이 좋을뿐더러 고려백자와 청자가 혼합된 고려 장인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