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죽림칠현도가 새겨진 칠기 쟁반 : 박성혜

이 사각 쟁반은 조칠(彫漆) 기법으로 죽림칠현도(竹林七賢圖)를 새긴 중국 명나라 때의 칠기 쟁반입니다. 조칠 기법은 나무에 여러 번 칠을 하여 표면을 두껍게 한 후 무늬를 새기는 기법을 말합니다. 특히 이 쟁반과 같이 붉은 칠을 하여 새긴 것은 척홍(剔紅) 또는 퇴주(堆朱)라고 합니다. 이 쟁반에는 부패한 정치권력에 등을 돌리고 죽림(竹林)에 모여 거문고와 술을 즐기며 청담(淸談)으로 세월을 보낸 일곱 명 은자[竹林七賢]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죽림칠현도가 새겨진 쟁반>,  중국 명,  나무에 칠, 너비 42.1㎝·길이 26.2㎝·높이 3.0㎝, 구8570

<죽림칠현도가 새겨진 쟁반>, 중국 명, 나무에 칠, 너비 42.1㎝·길이 26.2㎝·높이 3.0㎝, 구8570

중국의 칠기

중국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이미 칠기가 제작되었습니다. 이후 끊임없이 발전하여 채회(彩繪), 상감(象嵌), 조칠(雕漆), 묘금(描金), 칠화(漆畫) 등 백여 종의 다양한 기법으로 발전하였으며 중국 공예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칠기는 형태를 갖춘 기물 위에 옻나무에서 채취한 유백색의 칠액을 입힌 것으로, 칠(漆)은 칠기 제작에서 주가 되는 재료입니다. 기물에 칠을 입혀 건조시키면 매우 견고해지며 방부, 방습, 방열 등이 좋아지고 광택이 생겨 기물의 미감을 높여줍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칠기가 일상생활 용품에서 예술품,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조칠(彫漆) 기법

조칠은 척홍(剔紅) 또는 조홍칠(彫紅漆)이라고도 합니다. 중국 당나라 때 발전한 칠기 기법으로, 칠기의 기본 바탕 위에 원하는두께에 이를 때까지 수십 번에서 수백 번 붉은색 칠을 한 후에 조각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이때 만들어지는 강렬한 붉은색의 조각 효과는 중국 칠기공예를 대표할 만큼 독특한 장식기법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붉은색 외에 다른 색 칠을 입힐 수도 있는데 황색 칠은 척황(剔黃), 흑색 칠은 척흑(剔黑), 녹색 칠은 척록(剔綠)이라 불리며, 서로 다른 몇 가지 색으로 겹겹이 칠한 것은 척채(剔彩)라고 합니다. 이와 같이 당나라 때 발전한 조칠 기법은 송·원대에 이르러 더욱 독특한 풍격을 갖추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특히 조각칼의 도법이 크게 발전하면서 조각한 문양에서 칼자국이 드러나지 않아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칠기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명·청대의 조칠공예

이와 같이 독특한 조칠 기법으로 장식된 칠기 공예품은 중국 통치계급과 지주층, 부유한 상인들의 애호품으로 향유되었습니다. 송·원대에는 주로 반(盤), 합(盒) 등 공예품 위주로 제작하던 것에 비해 명·청 시기에 이르면 병풍, 침상, 의자, 탁자, 옷장과 같은 가구류와 장례를 위한 관 그리고 건축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명대에 조칠공예는 두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하나는 절강성 가흥(嘉興) 지역의 조칠로 원대의 풍격을 계승하여 발전시켰고, 또 다른 하나는 운남(雲南) 지역의 조칠입니다. 당시 운남의 칠기 장인들은 궁에 들어가 칠기를 제작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발휘하였습니다.

청대에는 명대의 제작기술을 계승하여 중국 조칠공예의 정점을 이룹니다. 특히 건륭(乾隆, 1736-1795)연간에는 궁정에서 쓰는 많은 기물을 칠기로 제작하였는데, 조각이 번잡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을 많이 들여 제작하였습니다. 주칠의 색은 매우 선명한 붉은색을 띠며, 조각의 표현 기법은 더욱 다양화되어 정밀하고 섬세한 풍격으로 주칠공예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죽림칠현도가 새겨진 쟁반> 부분

<죽림칠현도가 새겨진 쟁반> 부분

죽림칠현도가 새겨진 칠기 쟁반

중국의 칠기 공예품에는 꽃이나 새 등 동식물을 주제로 한 장식문양뿐만 아니라 산수, 인물, 누각 등을 묘사한 회화성이 강한 주제가 많이 등장합니다. 화면 속 인물들은 한가로이 거닐거나 말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 정자에 앉아 이야기하거나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 등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이러한 인물의 배경으로는 산수나 가옥, 하늘의 구름과 강의 물결 등 자연 풍경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쟁반에는 중국의 역사 고사(故事) 중에서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화면 왼쪽에는 크고 화려한 삼층 전각을 묘사하였고, 화면 중앙 윗부분에 산과 구름을 표현하였으며, 그 아래 죽림이 펼쳐져 있습니다. 죽림에서 일곱 명의 현자들은 소나무 아래에서 바둑을 두거나, 대나무 숲속에서 한담(閑談)을 하고, 두루마리를 펼치며 시·서·화를 논합니다. 인물들의 옷주름이나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자태는 평면임에도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묘사하였습니다. 이외에 쟁반 가장자리에는 매화나무에 앉은 새를 장식으로 조각하여 공예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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