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힌두 신 중 시바와 그의 배우자인 파르바티를 표현한 조각상입니다. 이 상은 굽타 시대 이후 북인도에서 유행한 시바 상(像) 형식 중 하나로, 시바 사원의 외벽에 마련된 독립된 성소(聖所)에 모셔졌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황소 난디를 탄 시바와 파르바티를 중심으로, 기단 양측에는 이들의 아들인 가네샤와 카르티케야가 앉아 있고, 윗부분에는 브라흐마, 비슈누 그리고 브라흐마니를 비롯한 7명의 모신(母神)이 등장합니다.
시바와 파르바티, 9~10세기, 높이 95.9㎝
중앙에 시바와 파르바티가 황소 난디 위에 앉아 있고, 그 주위로 다양한 힌두 신들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힌두교와 힌두 신들
비슈누, 11~12세기, 높이 127㎝
비상(碑像)의 중심에 비슈누가 크게 표현되어 있으며, 그 양측에 부인인 락슈미와 학문의 여신인 사라스바티가 작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인도에서 탄생한 힌두교는 한 명의 창시자나 교리가 있는 종교는 아니며, 베다시대 이래 수세기 동안 다양한 사상과 신을 포섭하면서 발전하였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힌두교와 힌두 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혼란스러움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신적 존재들과 다양성입니다. 힌두교의 주요한 신은 3명의 남신(南神)으로, 우주의 창조자인 브라흐마, 우주의 질서를 보존하고 유지하는 비슈누, 파괴자인 시바입니다. 브라흐마는 중심적인 숭배대상이 된 예는 거의 없으나 신화적인 장면에 비슈누, 시바와 함께 자주 등장합니다. 이에 비해 시바와 비슈누에 대한 숭배는 매우 활발하였습니다.
힌두교에서 여신들은 보통 시바, 비슈누, 브라흐마의 배우자로 등장합니다. 이들은 독립적인 지위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브라흐마의 배우자는 사라스바티, 비슈누의 배우자는 락슈미, 시바의 배우자는 파르바티입니다. 사라스바티는 학문과 지혜의 여신이며, 락슈미는 길상의 여신입니다. 시바의 배우자인 파르바티는 여성의 완전성과 생산력을 상징하며, 우마, 두르가, 칼리 등의 다른 속성과 모습으로도 표현됩니다.
파르바티, 13세기, 높이 52.2㎝
과장된 가슴과 엉덩이, 옆으로 튼 잘록한 허리 등 전체적으로 여성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렇게 강조된 파르바티의 아름다움과 관능성은 단지 육체적인 속성이 아니라, 인간의 차원에서 신의 본질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정신적인 개념이기도 합니다.
인도에서 힌두교는 비슈누파, 시바파 그리고 여신을 숭배하는 샤크티파의 세 종파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힌두교에서 종파의 구분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습니다. 실제로 힌두 사원에 가면 여러 신들이 함께 모셔져 있고, 신도들도 차별 없이 모든 신들에게 경배를 합니다. 인도에는 다양한 신들에 대한 수많은 신화가 존재하고, 최근까지도 신과 신화를 만들어내는 경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힌두교가 인도인들의 일상생활 곳곳에 깊숙이 영향을 미쳐온 종교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인도 사람들은 힌두교 사원에서만 그들의 종교적 삶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도 신앙과 신화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괴를 통해 창조를 이끄는 신, 시바
수많은 힌두 신 중 시바는 비슈누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이고 널리 숭배되어 왔습니다. 시바는 양면적인 성격을 지닌 신으로, 때로는 파괴적이면서 때로는 창조적이고,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이고, 금욕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면모를 지닙니다. 일찍이 인더스 문명기에 이미 그 원형을 볼 수 있을 만큼 시바는 인도인들의 뿌리 깊은 신앙 관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순환하는 세계가 종말을 맞을 때마다 파괴의 임무를 맡는다고 하여 파괴의 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힌두교의 순환적인 시간 개념에 의하면 모든 창조물들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해체되어야 하며, 바로 그 해체의 역할을 담당하는 신이 시바입니다. 따라서 힌두 신화에서는 파괴나 해체는 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를 향한 통로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바를 신앙하는 이들에게 그는 창조부터 파괴에 이르기까지 세계와 존재를 거느리고 제어하는 최고의 신으로 추앙받습니다.
시바는 많은 역할과 외형을 지니고 있는데, 특징적인 모습과 지물(持物)로 판별할 수 있습니다. 대개 4개의 팔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며, 이따금씩 2개의 팔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이마 중앙의 수직으로 표현한 세 번째 눈, 고행으로 인해 길고 윤기 없는 두발, 머리에 있는 초승달 등의 특징적인 모습에 삼지창과 도끼와 같은 무기, 아그니, 영양, 다마루 등을 손에 지닙니다. 이러한 시바의 특징적인 모습과 지물은 각각 상징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마의 세 번째 눈은 신의 능력, 머리에 있는 초승달은 시간의 순환성을 상징합니다. 지물로 든 무기는 시바의 공격성, 불꽃 모양의 아그니는 파괴의 강력한 불길, 영양은 동물의 번식력, 작은 북 모양의 다마루는 태고(太古)의 소리를 상징합니다.
예배대상으로서의 시바 상은 인간 형상 외에 돌기둥 형태의 링가(Linga)가 있습니다. 링가는 원주민의 남근 숭배사상이 힌두교에 도입된 것으로, 우주의 모체 또는 근원적 생명력으로서의 시바를 상징합니다. 링가 이외에 시바의 대표적인 상징은 춤의 왕 나타라자(Nataraja)입니다. 나타라자 상은 네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를 갖추고 춤을 추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이때의 춤은 세계의 창조와 파괴가 반복되는 순환 과정을 상징합니다.
시바는 단독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의 가족과 승물(乘物)인 난디와 함께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와 배우자인 파르바티 사이에는 두 아들, 가네샤와 카르티케야가 있습니다. 가네샤는 지혜, 번영 및 행운의 신으로, 재앙을 막고 행운을 준다고 하여 일반 대중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그는 코끼리 머리에 배가 나온 뚱뚱한 사람의 몸으로 표현되며 승물로 쥐를 거느립니다. 카르티케야는 전쟁의 신이며 신들의 장군으로, 스칸다, 쿠마라 등으로도 불립니다. 그는 6개의 얼굴을 지니며 승물로 공작을 거느립니다.
시바, 파르바티 그리고 스칸다, 11세기, 높이 48㎝ 너비 57㎝
남인도 지역에서 유행한 소마스칸다 도상으로, 시바와 배우자 파르바티, 아들 스칸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칸다 상은 현재 사라졌으며 중앙에 작은 방석만이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