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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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당부서 미술부
고려청자의 정수, 상형청자를 조명하는 첫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개최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은 고려시대 도자공예의 예술성을 대표하는‘상형청자象形靑磁’를 본격 조명하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를 개최한다. 대상의 형상을 본떠 만든 고려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翡色 유약과 빼어난 조형성으로 고려시대 공예의 높은 기술적 성취와 독자적 미감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이번 특별전에는 고려 상형청자의 대표작과 발굴품 등 중요 자료를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았다. 국보 11건, 보물 9건, 등록문화유산 1건을 포함한 상형청자의 대표 작품을 비롯해 국내 25개 기관과 개인 소장자, 중국·미국·일본 3개국 4개 기관의 소장품 총 274건이 출품된다.
상형청자가 전해주는 고려 사람들의 이야기
고려 상형청자의 전모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먼저 도입부에서는 <청자 어룡모양 주자>을 보며 상형청자로 펼쳐질 다채로운 시각적 경험을 예상하게 하였다.(도1)
제1부 ‘그릇에 형상을 더하여’는 고려 상형청자가 등장하기 이전, 우리나라에 흙으로 특정한 형상을 빚는 ‘상형’의 오랜 전통이 있었음을 삼국시대 3~6세기 신라와 가야에서 만든 상형토기와 토우土偶 장식 토기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제2부 ‘제작에서 향유까지’는 상형청자가 등장한 문화적 배경과 제작, 유통, 다양한 소비 양상을 살펴본다. 국제도시 개경(현재의 개성)에서 새롭고 다양한 문화를 접했던 고려 왕실과 상류층은 더 좋고 더 특별한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컸다. 수준 높은 기술과 창의력이 전제되어야만 하는 상형청자는 이들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도자기였다. 상형청자는 당시 유행한 향, 차, 술을 즐기는 문화, 문인 취향, 완상玩賞 취미와 맞물려 발달했고 소유자의 권위와 취향을 상징하는 기물로 선호되었다.(도2~5, 13)
상형청자가 제작, 유통, 소비된 양상은 발굴품을 중심으로 추적해본다. 발굴품은 완형으로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지만, 문헌기록이 많지 않은 상형청자 연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다. 강진 사당리와 부안 유천리 가마터 발굴품과 태안 대섬, 마도 1호선, 보령 원산도, 진도 명량해협 출수품 등 평소에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가 최신 발굴품을 포함하여 풍성하게 소개된다.(도6)
제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은 상형청자의 형태와 아름다움을 살펴본다. 예로부터 권위의 표상이었던 상상의 동물을 비롯하여 고려 사람들이 사랑하고 벗처럼 가까이 두고자 했던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소재로 한 명품 상형청자를 엄선하였다.(도7~9)
제4부 ‘신앙으로 확장된 세상’은 실용과 예술의 범주를 넘어서 정신적 세계에 대한 추구나 신앙적 바람을 담아낸 상형청자를 소개한다. 당시 성행한 도교와 불교 맥락의 의례용 상형청자와 청자로 만든 예배존상이 다양하게 선보인다. 앞에서 본 그릇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시각적 경험과 의미를 전해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도10~12)
고려 상형청자, 창의적 변용의 결정체
고려는 급변하는 11~12세기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주변 국가의 문화적 영향을 창의적으로 변용하여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꽃피운 고려청자의 정점이 바로 상형청자이다.
고려 상형청자의 기술적 성취와 독자성은 중국 상형자기와 비교할 때 명확히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형청자가 보여주는 고려만의 특징과 미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시기 북송대(960~1127) 중국 자기들을 함께 비교 전시한다. 특히 주목되는 비교 자료는 북송 황실 자기를 생산했던 중국 허난성河南省 청량사淸凉寺 여요汝窯 출토품이다.(도4) 1123년 고려를 찾은 북송 사신 서긍徐兢(1091~1153)은 “산예출향狻猊出香”즉 사자모양 청자 향로가 뛰어나다고 감탄했다.
이렇듯 고려 상형청자는 중국 북송 여요 자기와 더불어 12세기 동아시아 청자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으며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한다. 중국 도자의 영향을 취사선택하고 창의적으로 변용하여 고려적인 미감으로 완성한 결정체가 상형청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고려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유연하고 능동적 자세를 만날 수 있다.
과학적 조사로 밝힌 상형청자의 제작 비밀
이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2022, 2023년 컴퓨터 단층촬영(CT), 3차원 형상 데이터 분석 등 과학적 조사로 밝혀낸 상형청자의 제작기법을 인터렉티브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영상에서는 총 10점의 상형청자의 내부 구조를 자유롭게 살펴보며 다양한 제작기법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자 귀룡모양 주자>와 <청자 석류모양 주자>와 같이 복잡한 모양을 본떠 만든 주자 중에는 안쪽에 상·하부를 이은 경계선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도14~15) 대상의 기본 형태를 만든 후, 적당한 곳을 잘라서 안에 있는 흙을 파내고 다시 이어 마무리한 것이다.
고려 인종(재위 1122~1146)의 무덤인 장릉에서 나온 것으로 전하는 <청자 참외모양 병>과 <청자 상감 국화·모란무늬 참외모양 병>은 물레성형으로 참외모양을 만든 점이 동일하다.(도16~17) 그런데 인종 장릉 출토 <청자 참외모양 병>은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에도 참외모양의 굴곡진 형태가 잡혀있었다. 반면 <청자 상감 국화·모란무늬 참외모양 병>은 내면이 전체적으로 곡면을 이루고 있어서 외형은 비슷하지만 내부 단면의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도구사용 등 제작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음각, 양각, 투각, 상감 등 모든 장식기법을 망라하여 제작한 상형청자의 대표작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의 컴퓨터 단층촬영에서는 몸체에 꽃잎을 붙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몸체를 여러 층으로 감싸는 꽃잎은 균일한 형태를 보이는데, 이는 도범을 활용하여 정교하게 찍어낸 결과다.(도13)
이처럼 고려 사람들은 원하는 상형청자의 형태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고안하였다. 상형청자 곳곳에서 당시 장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창의력이 느껴진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디자인, 영상, 연계 프로그램
고려청자가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문화유산이라고 느끼는 관람객들을 위해 고려 상형청자를 만나러 가는 길을 새로운 디자인, 영상, 연계 프로그램으로 단장했다. 포스터를 비롯한 홍보 이미지 제작에는 디자이너 강문식과 사진가 김용호가 참여했다. 전시실에서 상영되는 인터뷰 영상에는 이솔찬 국가무형문화재 전수자, 백운기 충남대학교 연구교수, 신미경 작가, 정구호 디렉터가 참여하여 상형청자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려준다.
어린이들을 위한 모바일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상형청자의 주요 작품을 직접 보고 퀴즈를 풀면서 그 중요성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미술사학회 공동 주최로 고려 상형청자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2025년 1월 17일(금)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그릇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형상을 아름답게 담아낸 상형청자에서 우리는 고려 사람들의 도자기, 나아가 문화에 대한 태도를 읽을 수 있다. 고려 상형청자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그들의 관심, 적극적 수용, 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감각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변용이 담겨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상형청자는 오늘날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케이-컬쳐(K-Culture)와도 닮아 있다. 이번 전시로 관람객들이 전통 미술과 문화를 한층 가깝게 느끼면서 새로운 영감의 원천으로 인식하기를 기대한다.
붙임 1. 주요 전시품 사진 및 설명 각 1부.
2.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특별전 포스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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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자료와 관련하여 더욱 자세한 내용을 원하시면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서유리(02-2077-9487)에게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