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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륜행실도 : 유새롬

책은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동시에 당대의 전통을 계승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의 출판, 인쇄문화는 유구한 기록문화의 전통 속에 조선시대에 이르러 더욱 큰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옛 책 속에는 우리 조상들의 빛나는 인쇄 기술뿐만 아니라, 그 속에 펼쳐내고자 했던 이상과 꿈이 담겨 있습니다.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 역시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중요시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옛 책입니다.

사진. 『오륜행실도』. 정조 때 간행된 『오륜행실도』는 5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륜행실도』, 조선 1787년(정조 21), 5권 4책, 31.2 x 19.5 cm
정조 때 간행된 『오륜행실도』는 5권 4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법, 삼강오륜

사진. <행실도 십곡병풍>. 행실도는 매 이야기마다 그림을 넣어 글을 모르는 사람도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으며 종종 병풍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행실도 십곡병풍>,
조선 19세기 이후. 지본채색, 887.6 x 39 cm (1폭당)
행실도는 매 이야기마다 그림을 넣어 글을 모르는 사람도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으며 종종 병풍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맹자』에서 인간이 짐승과 구별되는 것은 ‘오륜(五倫)’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오륜은 부모와 자식,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어린이, 친구간의 관계와 같이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실천덕목으로,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을 가리킵니다. 즉, 부모 자식 간에는 친함이, 임금과 신하 간에는 의로움이, 부부 사이에는 구별이,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질서가, 친구 간에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중 군신, 부자, 부부 간의 도리는 별도로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이라 하여 ‘삼강(三綱)’이라 일컫기도 합니다. 이 둘을 함께 일러 ‘삼강오륜’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답게 사는 도리인 것입니다.

조선은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고 유교 윤리 보급에 힘쓰면서 바로 삼강오륜에 주목하여 ‘행실도’를 편찬 간행하였습니다. 행실도(行實圖)는 충신, 효자, 열녀 등 본받을 만한 행실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수록한 이야기집입니다. 행실도는 매 이야기마다 그림을 넣어 글을 모르는 사람도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들으면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으니, 백성들에게 삼강오륜을 전파하기에 적절한 교재였던 셈입니다. 행실도의 내용은 때로 별도의 그림이나 병풍으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행실도는 세종 대에 간행한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입니다. 이후 행실도의 전통은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이어졌습니다. 성종 대에는 『삼강행실도』 언해본이 간행되었는데, 이후 이 판본을 저본으로 한 재간행이 가장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중종 대에는 언해본의 대량 인출(印出)과 함께 『속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가 간행되었습니다. 선조 대에는 전대의 행실도를 재간행하고 효자, 충신, 열녀에 대한 포상을 적극 장려하였으며, 광해군은 임진왜란 이후 정려(旌閭)받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를 편찬 간행하였습니다.

이는 임진왜란 후 흐트러진 국가기강을 바로잡고 민심을 수습하는 일환이었습니다. 조선전기의 통치제도나 문화 전반에 관한 재정비가 활발했던 정조 대에는 『오륜행실도』가 새롭게 편찬 간행되었습니다.

모범 행실 사례의 종합판, 『오륜행실도』

『오륜행실도』는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의 종합판입니다. 『오륜행실도』는 1797년(정조 21) 정조의 명을 받아 심상규(沈象奎, 1766 ~1838), 이병모(李秉模, 1742~1806) 등이 세종 대의 『삼강행실도』와 중종 대의 『이륜행실도』를 합하고 수정하여 정리자(整理字)로 처음 간행되었습니다. 5권 4책으로 간행된 초간본은 1859년(철종 10) 목판본으로 중간되었습니다. 중간본은 책의 첫머리에 정조가 내린 어제윤음(御製綸音)이 있으며 5권 5책으로 묶여있다는 점이 다를 뿐, 그 체제나 내용 면에 있어서는 초간본과 거의 동일합니다. 어제윤음에는 『오륜행실도』가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효를 강조하기 위하여 제작하였다는 내용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진. 『오륜행실도』(중간본). 중간본 첫머리에 실린 정조의 어제윤음(御製綸音). 『오륜행실도』의 간행 목적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륜행실도』(중간본), 조선 1859년(철종 10), 5권 5책, 32.5 x 21 cm
중간본 첫머리에 실린 정조의 어제윤음(御製綸音). 『오륜행실도』의 간행 목적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륜행실도』는 책의 첫머리에 서문(序文)과 발문(跋文)이 있고 이어 총 105명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권1에는 효자 33명, 권2에는 충신 35명, 권3에는 열녀 35명, 권4에는 형제 간 우애를 극진히 한 24명과 부록으로 종족(宗族) 간에 화목한 7명, 권5에는 친구 간의 도리를 다한 11명과 부록으로 스승과 문하생[師生] 간의 도리를 다한 11명의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대부분 중국 사람인데,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효자 4명, 충신 7명, 열녀 6명 등 17명이 수록되었습니다. 고려에 대한 절개를 지키며 죽음을 택한 고려 말 충신 정몽주의 이야기 「몽주운명(夢周殞命)」, 아버지를 죽인 호랑이를 잡아 복수한 고려 때 수원에 살던 효자 최누백의 이야기 「누백포호(婁伯捕虎)」, 개루왕의 겁박에 굴하지 않고 눈먼 남편을 따라 함께 도망간 백제의 열녀 도미의 아내이야기 「미처해도(彌妻偕逃)」 등이 우리나라의 충신, 효자, 열녀의 사례로 실려 있습니다.

사진. 『오륜행실도』의 효자 최누백의 이야기 『오륜행실도』의 효자 최누백의 이야기

사진. 『오륜행실도』의 충신 정몽주의 이야기 『오륜행실도』의 충신 정몽주의 이야기

『오륜행실도』 자세히 보기

『오륜행실도』의 구성은 이야기 하나당 그림, 한문 해설, 한글 번역 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앞면에는 그림이 있고, 그 뒷면에 한문 해설과 한글 번역이 수록된 것입니다. 내용이 자세하다 보니 대개 앞뒤 한 장을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삼강행실도』와 『이륜행실도』는 이야기 하나가 앞뒤 한 장에 대부분 담겨 있는데 앞면은 그림, 뒷면은 한문 해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글 번역은 그림의 상단에 수록되었고, 번역이 길어지면 뒷면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오륜행실도』의 구성 양식은 광해군 대 간행된 『동국신속삼강행실도』와 같습니다.

내용 면에 있어서는 기존 『삼강행실도』의 내용 중 일부 삭제된 것이 있는데, 삭제된 예로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자식을 묻는 효행기사(곽거매자: 郭巨埋子), 할아버지를 산에 버리는 아버지를 깨우치는 기사(원각경부: 元覺警父) 등이 있습니다. 효를 행한 사례라 하더라도 당시 조선 사람들의 윤리 기준에 어긋나는 면이 있는 것은 뺀 것으로 짐작됩니다. 또, 『오륜행실도』의 한글 번역은 원문에 가깝게 매우 자세한데, 이는 『삼강행실도』가 여러 차례 중간되면서 한글 번역이 상세해진 변화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삼강행실도』. 한글 번역이 책의 상단에 있고, 화면 구성이 전체 스토리의 몇 장면이 한 화면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삼강행실도』, 조선 1434년(세종 16), 3권 1책, 37.5 x 23.5 cm
한글 번역이 책의 상단에 있고, 화면 구성이 전체 스토리의 몇 장면이 한 화면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사진. 『오륜행실도』. 한글 번역이 뒤에 실려 있으며, 화면에는 하이라이트가 되는 단 한 장면만 크게 그렸습니다. 『오륜행실도』. 한글 번역이 뒤에 실려 있으며, 화면에는 하이라이트가 되는 단 한 장면만 크게 그렸습니다.

『오륜행실도』의 그림은 목판에 새긴 판화의 일종으로, 인물·풍속·산수·건물 등의 표현은 정조 대에 대표적인 화원 화가인 김홍도 화풍의 영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삼강행실도』의 그림과는 완전히 다르게 새로 그려 판각하였는데, 화면 구성상 큰 전환을 보입니다. 한 화면에 여러 장면을 그렸던 이전의 전통에서 탈피하여 한 화면에 하나의 장면만 그리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려 말 충신 길재의 이야기 「길재항절(吉再抗節)」에서 『삼강행실도』는 길재가 궁궐에 불려간 장면과 산 속으로 은일(隱逸)하기 위해 떠나는 장면이 화면의 상, 하단에 나누어 배치된 반면, 『오륜행실도』는 산으로 들어가는 단 한 장면, 즉, 길재의 에피소드 중 핵심이 되는 ‘야인이 되러 떠나는 장면’ 만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최누백의 이야기는 누백이 호랑이를 잡아 복수하는 장면, 정몽주의 이야기는 선죽교에서 피살되는 장면만이 핵심 장면이 되어 『오륜행실도』에 실렸습니다.

효와 충, 부부간의 예절, 믿음과 우애…. 사람 간의 관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이지만, 몸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덕목들입니다. 팍팍한 현대인의 일상이지만, 『오륜행실도』 속 이야기를 보며 우리 옛 책 속에 담긴 선조들의 사람답게 사는 법을 되돌아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합니다.

사진. 최누백 이야기 중 그림 부분. 최누백이 호랑이를 죽여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장면입니다. 최누백 이야기 중 그림 부분. 최누백이 호랑이를 죽여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장면입니다.

사진. 길재 이야기 중 그림 부분. 길재가 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은일처사로서 절개를 지킨 충신의 면모를 부각하였습니다. 길재 이야기 중 그림 부분. 길재가 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은일처사로서 절개를 지킨 충신의 면모를 부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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