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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 목판 : 장상훈

<대동여지도>는 지금으로부터 꼭 150년 전인 1861년 고산자 김정호(1804?~1866?)가 손수 제작한 목판으로 인출하여 간행한 전국지도입니다. 김정호는 우리나라의 국토를 남북 120리 간격으로 22층으로 나누고, 각 층에 해당하는 지역의 지도를 각각 1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각 권의 책은 동서 80리를 기준으로 펴고 접을 수 있도록 제작하여 지도를 편리하게 보관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곧 국토 전체를 모두 22권의 책에 나누어 수록하고(분첩식), 각 권의 책은 병풍처럼 펴고 접을 수 있도록 제책한 것입니다(절첩식). 이렇게 제작된 22권의 책을 모두 펼쳐 연결하면, 세로 약 6.7m, 가로 약 3.8m 크기의 대형 전국지도가 만들어집니다.

<대동여지도> 목판, 김정호, 조선 1861년, 32.0 x 43.0 cm, 보물 1581호
목판으로 제작하여 지리 지식의 폭넓은 보급을 도모

김정호는 국토의 뼈대가 되는 산줄기를 중심으로 우리 국토의 자연환경을 정밀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백두산에서 비롯되어 방방곡곡으로 이어진 산줄기의 모습을 크기와 중요도에 따라 섬세하게 표현하였고, 그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도 흐름과 폭을 반영하여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국토 위에 뿌리내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군 고을과 도로 등 여러 인문정보를 상세히 기재하였습니다. 행정 정보를 비롯하여 군사, 경제, 교통 등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여, 국토에 대한 상세하고 풍부한 지리지식을 <대동여지도>를 통해 얻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지리정보의 상세함에 못지않게 <대동여지도>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것이 목판본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목판에 각종 지리정보를 판각하여 이를 인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리 지식의 폭넓은 보급을 도모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잦은 필사로 인해 잘못된 지리정보가 유포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고려도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대동여지도>에 다양한 기호를 활용하여 11,500여 개의 많은 지명들을 쉽고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대동여지도>가 목판본으로 제작된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즉, 기호를 통해 글자의 판각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지리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러한 기호들은 ‘지도표(地圖標)’라는 범례에 정리되어 이용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글자 조각의 수를 줄여 목판 제작의 편리를 도모하였습니다. <대동여지도>를 간행하기 위해 제작한 목판은 약 60매로 추정되며, 이중 1/5 정도에 해당하는 12매가 오늘날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목판들은 김정호가 직접 조각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유재건(劉在建, 1793~1880)의 『이향견문록』에 따르면 김정호는 조각에 능해서, 최한기의 부탁을 받아 <지구도(地球圖)>라는 세계지도를 목판본으로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현존하는 목판에는 비교적 다양한 조각 기법이 구사되어 있어서 김정호를 보조하는 각수(刻手)가 있었을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습니다.

함경도 장백산 지역(왼쪽)과 함경도 갑산 지역(오른쪽). 김정호는 국토의 뼈대가 되는 산줄기를 중심으로 우리 국토의 자연환경을 정밀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산줄기의 모습을 크기와 중요도에 따라 섬세하게 표현하였고, 그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도 흐름과 폭을 반영하여 표현하였습니다.
수령 100년 정도의 피나무 위에 새겨진 지도

대동여지도 목판의 크기는 목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가로 43cm, 세로 32cm 내외이며 두께는 1.5cm 내외입니다. 일반적인 목판과 달리 손잡이 부분이 없으며 두께도 상당히 얇은 편입니다. 목판의 재질은 수령 100년 정도의 피나무입니다. 목판에는 남북으로 120리, 동서로는 160리 정도 되는 공간의 지리정보가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대동여지도의 두 면에 해당합니다. 현존하는 목판 12점 중 11점의 경우 목판 앞뒤 양면에 모두 조각이 되어 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책을 인쇄하는 목판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입니다.

목판의 한 면에만 조각이 되어 있는 경우는 대동여지도 표제 목판이 유일합니다. 표제 목판은 대동여지도의 표제 부분을 인출하기 위한 것으로, 전체 면의 1/2을 활용하여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당저십이년신유(當宁十二年辛酉)’, ‘고산자교간(古山子校刊)’ 등의 글을 새겼습니다. 신유본의 수정작업이 대개 마무리된 시점에서 갑자본이 인출된 것으로 보이는데, ‘當宁十二年辛酉’라는 부분에서 ‘十二年辛酉’ 부분을 도려내고 대신 ‘원년갑자(元年甲子)’라는 글자 조각을 삽입하여 인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는 이 부분이 결실되어 글자 조각을 끼워 넣었던 홈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한편 함경도 함흥지역의 지도가 조각되어 있는 목판의 뒷면에는 지도가 아니라 필사용지를 인쇄하기 위한 조각이 되어 있는 점이 주목됩니다. 필사용지를 인쇄하기 위해 괘선과 판심을 조각해 둔 이 면에는 마치 연습을 위해 조각한 듯한 점선이나 섬의 형상도 조각되어 있습니다. 지도가 조각되어 있는 면과 마찬가지로 이 면에도 짙게 먹물이 스며 있어서 실제 필사용지의 인출 작업이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목판으로 제작한 필사용지는 조사 결과 김정호가 편찬한 대표적인 지리지인 『대동지지』의 일부 지면을 필사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대동지지』 제15책 방여총지(方輿總志) 일부에서는 이 목판을 인출하여 필사한 부분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용지에는 목판에 새겨진 점선이나 섬의 형상이 인출되어 있어서 일치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목판 위에 여러 지역을 새겨 목판을 절약하다

일부 해안, 도서지역을 판각할 경우 전체 목판면의 일부만을 활용하게 되는데, 이 때 여백으로 남는 공간에는 다른 지역의 지도를 판각함으로써 목판의 활용도를 높인 사실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현존하는 목판 가운데에는 함경도 명천 지역과 단천 지역의 2개 지역을 한 면에 함께 판각한 경우도 있고, 평안도 용천 지역, 함경도 북청 지역, 경기도 교동 지역 등 3개 지역을 함께 판각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지역의 지도가 한 면에 함께 판각된 경우에는 인쇄하고자 하는 부분에만 먹물을 발라 일부만을 인쇄하여 활용하였습니다. 곧 필요한 지도부분만을 인쇄하여 적절한 위치에 제본하였던 것입니다.

위의 사례 이외에도 경상도 동래와 전라도 흑산도지역이 함께 조각되어 있으며, 경상도 울산지역과 전라도 지도, 임지도 지역이 함께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현존하는 목판에서 확인되는 사례 이외에도 <대동여지도> 판본에도 이러한 사례가 다수 확인됩니다. 예컨대 대동여지도 13층 지도에는 동해안의 강릉 연안에 무의도(無衣島)라는 섬의 인쇄 흔적이 남아 있는데, 무의도는 같은 13층의 서해안 강화도 남측에 있는 섬입니다. 이로써 목판이 현존하지는 않지만, 동해안 강릉 연안 지역의 지도와 서해안 강화도 지역의 지도가 같은 판에 조각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목판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평안도 용천 지역, 함경도 북청 지역, 경기도 교동 지역 등 3개 지역을 함께 판각한 모습.
정확한 정보와 이에 대한 보급을 위해 헌신한 김정호

목판을 사용함으로써 지리 정보의 보급화를 꾀했던 김정호. <대동여지도>를 간행한 직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오류를 수정한 흔적은 지도제작자로서의 그의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한편 <대동여지도> 목판에는 <대동여지도>를 펴낸 뒤 확인된 오류에 대한 수정 작업의 흔적이 다수 남아 있습니다. 목판본 지도의 수정을 위해서는 목판 자체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수정 작업이 그가 처음 <대동여지도>를 간행한 직후부터 진행되었음을 현존하는 여러 판본의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정의 사례로는 오자의 수정을 비롯하여, 누락된 지명의 보충, 지형, 경계, 도로의 수정, 잘못된 위치에 표기된 지명의 위치 수정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존하는 목판에는 이러한 수정작업의 흔적이 분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즉 김정호는 경상도 성주 지역의 안언역(安偃驛)의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 당초의 판각 내용을 도려내고 바른 위치에 새로 조각한 글자 조각을 부착하였습니다. 현존하는 목판에는 잘못된 위치에 조각되어 있던 글자를 도려낸 흔적과 더불어, 새로운 글자 조각을 만들어 바른 위치에 삽입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함경도 장진의 십만령(十萬岺) 및 화통령(火通岺) 부근의 군현 경계가 잘못 조각된 것을 확인하고 이 부분을 도려낸 흔적이 잘 남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동여지도> 초기 판본에는 수정 이전의 군현경계선이 인출되어 있고, 이 부분이 삭제된 이후에 인출된 판본에는 해당 부분의 군현경계선이 표시되지 않거나, 필사로 수정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경상도 초계의 삼학진은 원래 표기되지 않았다가 새로 첨입하기 위해 목판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도려내고 ‘삼학진’이라는 글자조각을 끼워 인출하였음을 목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현재는 이 글자조각은 탈락되어 남아 있지 않고, 글자 조각이 끼워져 있던 홈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대동여지도> 목판에는 정확한 지리지식의 보급을 위해 끊임없이 애썼던 위대한 지도 제작자 김정호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창작한 이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창작한 저작권 보호분야 대동여지도 목판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3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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