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915년. 안중식(安中植, 1861-1919). 비단에 색.
안중식의 호는 심전(心田)·경묵도인(耕墨道人)·부부옹(不不翁)이며 선비 출신의 화가로, 산수·인물·새·꽃 등 다양한 분야의 그림과 글씨에 뛰어났다. 조석진(趙錫晉)과 더불어 장승업(張承業) 밑에서 그림을 배웠고 또한 왕의 초상화 제작에도 함께 참여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아 조선 말기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 그림은 윗부분에 적힌 "을묘년 늦은 봄 심전 안중식(時乙卯暮春心田安中植)"이라는 글귀를 통해 1915년, 즉 안중식의 만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중국 진대(晋代)의 도연명(陶淵明)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를 바탕으로 한 '무릉도원(武陵桃源)'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즉 무릉에 사는 한 어부가 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어 복숭아꽃이 만발한 별천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이다. 고사의 내용에 걸맞게 녹색과 분홍색을 이용하여 환상적인 이상향이 화면 가득 펼쳐져 있다.
그의 스승인 장승업의 작품에서 흔히 나타나는 복잡한 구성과 형태를 더욱 과장시켜서 화면을 꽉 채우는 구도, 높은 산세와 기이하고 복잡한 형태의 산수, 촘촘히 찍힌 태점들, 세밀하고 정교한 필선, 화려한 채색 등에서 그 이전의 산수화와는 비교될 수 없는 특이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